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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한미FTA 효과 퇴색…FTA 유지비용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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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왼쪽 다섯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과 마이클 비먼 미국(오른쪽 네 번째) 무역대표부 대표보가 3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개정협상'에 참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유명희(왼쪽 다섯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과 마이클 비먼 미국(오른쪽 네 번째) 무역대표부 대표보가 3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개정협상'에 참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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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법적으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실질적 기능은 크게 약화됐다. 미국이 상호관세 제도를 도입해 한국산 수출품에 일률적으로 15% 관세를 부과한 뒤, 무관세 혜택이라는 핵심적 이득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정이 형식적으로 유지되면서 농업 보조금, 행정 운영비, 국제 로펌 자문 비용 등 다양한 지출이 계속될 여지가 있어 실익 없는 비용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금의 한미 FTA는 조약 형식상 쉽게 파기할 수 있는 협정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협정에서 탈퇴하려면 한쪽이 서면으로 통보하고 180일이 지나야 하는데, 한미 FTA는 단순한 무역협정을 넘어 동맹의 경제적 기둥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를 선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외교적 부담 때문에 협정은 유지되고 있지만, 실익이 줄어든 만큼 국내적으로는 불필요한 비용만 남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농업 분야다. 한미 FTA 발효 이후 가격 하락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는 '피해보전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기준가격보다 떨어진 가격 하락분의 95%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농가당 연간 최대 3500만원, 법인당 5000만원까지 지원된다.


2015년만 해도 피해보전 대상 품목은 대두·감자·고구마·체리·포도 등 9개에 달했다. 약 7만6000농가에 피해보전직불금 471억 원이 지급됐고, 폐업지원금까지 더해 총 1621억원이 집행된 바 있다. 이후 제도의 대상 품목과 지급 규모는 크게 축소됐는데, 2023년에는 생강 1개 품목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고, 2025년에는 녹두 1개 품목만 FTA 피해보전직불금 지원 대상에 포함돼 지급이 예정돼 있다. 실익은 줄었는데 보조금 지출은 여전히 이어지는 셈이다.


협정 운영과 국제 자문 비용협정이 존속하는 한 행정 운영비는 줄어들지 않는다. 한미 FTA 공동위원회와 자동차·통신·지식재산권 등 분과위원회는 매년 열리고, 회의 준비와 통계 작성, 보고서 제출 등 행정비용이 꾸준히 소요된다.

여기에 국제 자문 비용까지 더해진다. 만일에 있을 WTO(세계무역기구)·ISDS(투자자-국가 분쟁해결 제도) 제소를 준비하려면 해외 로펌 자문이 필수적이다. 대형 국제 로펌 자문은 건당 수백만~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9년 통상분쟁 급증 당시 정부가 해외 로펌 비용 37억원을 미지급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기업들도 비용 부담을 호소한다. 무관세 혜택이 있었을 때는 수출 기업들이 원산지 증명과 세관 검증 대응을 감수할 만했지만, 이제는 15% 관세를 내면서도 동일한 행정 절차를 따라야 한다. 국내 수출 기업 한 관계자는 "FTA가 살아 있을 때는 무관세 덕을 봤으니 원산지 서류 준비도 당연했지만, 지금은 혜택이 사라지고 절차만 남아 있다"며 "실익 없는 협정이 오히려 비용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FTA의 실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세금과 기업 자원이 계속 투입되는 현실은 국내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크다. FTA의 외교적 상징성을 인정하더라도, 협정 유지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협정의 가치는 여전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관세 혜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품목에서 FTA 효과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미 FTA는 끝났다'고 지적하는 데 대해 "이번 관세 조치로 FTA 효과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 수출 시 일본산 라면은 기존 관세율 6.4%에 이번 협상으로 추가된 15% 관세까지 더해져 총 21.4%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한국은 FTA 덕분에 기존 0%였기 때문에 이번에 15%만 부과되는 것"이라며 "여전히 일본보다 6.4% 낮은 관세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처럼 품목 관세가 적용되는 제품은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지만, 라면을 비롯한 폴리프로필렌, 플라스틱 같은 화학 제품들은 여전히 FTA 효과가 유지된다"며 "한국은 라면만 해도 연간 수억 달러 규모를 수출하고 있어 이런 분야에서는 협정의 긍정적 효과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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