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혼인은 유지, 삶은 따로
일본 중장년층서 '졸혼' 확산
법적 혼인은 유지하면서도 각자 생활하는 '졸혼'(결혼 졸업)을 선택한 한 일본 남성이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처지에 놓였다고 털어놨다.
'졸혼'은 2004년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의 저서 '졸혼을 권함'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혼인 관계를 유지하되 생활의 독립성과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따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노년기에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일본 중장년층과 노년 부부들 사이에서 점점 더 흔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졸혼'을 선택한 한 남성이 수억 원대 연금을 받고도 매일 라면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게 된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제조업 임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일본 남성 야마다 테츠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은퇴 후 5000만엔(약 4억7000만원)의 연금으로 고향 시골집으로 내려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했다.
아내 케이코에게 함께 시골로 이주하자고 제안했지만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내와 직장이 도쿄에 있는 두 아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케이코는 '졸혼'을 제안했다고 한다. 야마다는 이혼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졸혼에 동의했다. 그는 "마침내 남자들이 갈망하던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되었구나"라고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아내가 없자 요리, 청소 등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야마다는 기본적인 집안일도 하지 못했고 매일 라면과 냉동 야채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반면 아내인 케이코는 핸드메이드 가게를 열고 도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아들들 역시 야마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야마다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한다"며 "가족이 더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씁쓸해했다.
일본에서는 졸혼 외에도 '주말혼(주중 별거·주말 동거)', '별거혼' 등 다양한 부부 생활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대도시와 지방 간 생활비·의료 접근성 격차, 부모 돌봄 부담 심화 등이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졸혼이 "부부 갈등을 완충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거주·재정·돌봄·관계 관리에 대한 사전 합의가 없다면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