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글로벌 VC 거래 금액 51%가 AI 관련
올해 상반기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시장에서 인공지능(AI)이 자본을 사실상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VC 투자 건수는 줄었지만, 투자 금액은 오히려 AI에 쏠리면서 AI가 거래 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9일 미국 로펌 롭스앤그레이(Ropes & Gray)가 이달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글로벌 AI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 세계 VC 거래 금액 가운데 51%가 AI 관련 투자였다. 2017년 12%에서 8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VC 전체 딜 건수는 전년 대비 12% 줄었지만, AI 관련 자금은 확대되며 'VC 시장 내 AI 집중화' 흐름이 뚜렷해졌다.
보고서는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회계·경영컨설팅 업체 PwC가 글로벌 CEO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40%가 '향후 10년 내 AI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AI 역량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메타는 데이터 라벨링·모델 평가 기업인 스케일AI 펀딩 라운드를 143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주도했고, 오픈AI는 AI 기반 스마트 기기 개발사 io 프로덕츠를 65억달러(약 9조원)에 인수했다. 서비스나우는 생성AI 플랫폼 무브웍스를 29억달러에, 코스타그룹은 공간데이터 기업 매터포트를 22억달러에 각각 인수하는 등 메가딜이 잇따랐다.
사모펀드(PE) 역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올해 상반기 AI 관련 PE 딜은 155건으로 전년(104건) 대비 49% 늘었다.
보고서는 "AI 관련 거래 전체(M&A, PE, VC 합계) 건수는 전년 대비 20% 줄었지만, 총 거래 금액은 127% 증가했다"며 "이는 유망한 스타트업과 AI 기술 인재 확보를 위해 기업들이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AI 양강 미국과 중국이 전체 AI 딜의 53%(건수 기준), 75%(금액 기준)를 차지하며 글로벌 자금 양극화를 주도했다. 양국 정부는 AI 패권 경쟁을 위해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올해 하반기 82억달러(약 11조원) 수준의 AI 관련 펀드 '국가인공지능산업투자기금'이 조성되며 투자 판도를 흔들고 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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