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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검사 떠나니 변호사…신임 금감원장에 기대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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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괴물이 왔나 궁금하실 텐데 평범한, 60세가 조금 넘은 그런 사람이다."


지난주 취임 직후 기자실을 찾은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의외로 과격한 사람은 전혀 아니다" "서로 토론 과정을 거쳐서 합의되면 표현하는 형태의 활동이 익숙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다. '대통령의 찐친' '개혁 성향이 강한 참여연대·민변 출신'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수식어로 인한 시장의 우려를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었다.

몇 달째 공석이었던 금융수장 인사가 발표된 후,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를 이끄는 신임 금융위원장(장관급)보다 차관급인 신임 금감원장에 눈길이 더 쏠리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시장참여자 입장에선 법·제도 설계 중심인 금융위원장보다 감독·검사·제재 권한을 보유한 금감원장의 영향이 더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같은 날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금융수장으로 지명된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경우 정통 관료 출신의 '안정적 카드'인 데다, 아직 청문회 절차가 남은 상태다.


무엇보다도 전임 금감원장의 그림자가 너무나 짙다. 이미 시장은 지난 3년간 검사의 결기에 기댄, 말 그대로 '거침없는 금융감독'을 고스란히 경험한 터다. 앞서 '윤의 남자'로 불렸던 검사 출신 이복현 전 금감원장의 경우 업무 추진력 측면에서는 호평받았지만, 직속 상급기관인 금융위는 물론, 기획재정부 권한까지 넘어서는 행보들로 인해 임기 내내 '실세 금융부총리'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여기에 새 정부에서도 또다시 '대통령의 측근, 실세'이자 '법조인 출신' 금감원장이 출격했으니 어쩌면 시장의 우려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 원장은 그간 세간에서 거론돼 온 금감원장 후보 리스트에도 없었던 깜짝 인사다. 자본시장 분야와 달리, 금융 분야에서 뚜렷한 이력이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이제 시장의 눈은 '이찬진호(號) 금감원'이 전임 이복현호와 어떻게 차별화될지 그 발걸음에 쏠려 있다. 업무를 개시한 신임 금감원장은 일단 대내외 발언을 통해 소통, 토론 등을 강조하면서 최대한 귀를 열고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이는 시장에 급격한 불안정성을 초래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조직개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수장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졌던 만큼 당장 시장 우려를 낮추기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감독 방향부터 제시돼야 할 것이다. 우선 이달 말 본격화할 업권별 간담회에서 내놓을 메시지들이 그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금융시스템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 모두 금감원의 책무라는 점을 잊거나 어느 한쪽에 쏠려서도 안 된다. 시장 위에서 칼을 휘두르는 '심판자'가 아닌,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신뢰 위에서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서비스' 감독자(Financial Supervisory Service·금감원의 영문명)로서의 금감원을 기대해 본다.





조슬기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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