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우 정상회담 조율…이후 3자회담"
美·유럽 '나토식' 공동 안전보장 윤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 18일(현지시간)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양자 회담, 미국·우크라이나·유럽 다자 회담을 개최하고 우크라이나 안전보장과 영토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담을 기점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과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회담 개최를 위한 작업에 착수하며 3년6개월째 끌어온 전쟁이 종착지에 다가서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자 회담과 다자 회담을 마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회담이 끝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추후 결정될 장소에서 만날 수 있도록 조율하기 시작했다"며 "이 회동 이후 두 정상이 나와 함께하는 3자 회담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진 뒤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주요국 정상과 다자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과 전후 영토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이 실현되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양국 간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의 핵심 의제는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과 영토 교환이다. 러시아는 평화 협정 체결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동부 돈바스 지역을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미·러 양측은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양도하고,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안전 보장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을 수용하는 수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안전 보장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만큼 당사국 간 양자 회담에서 영토 재획정 윤곽이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한 3자 회담 이후 종전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어떤 조건도 없이 만나야 한다"며 "영토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함께 결정할 사안이며, 회담의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독일·영국·프랑스·핀란드·이탈리아 정상,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나토 사무총장은 미 백악관에서 다자 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문제를 논의했고, 이는 미국과 공조하에 여러 유럽 국가가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는 "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당신과 푸틴 대통령이 어떤 것을 도출하리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 보장에 미국이 직접 관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이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안전 보장에 대해 더 많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위해 미국에 무엇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집단 안전 보장은 나토 헌장 5조와 유사한 집단 방위 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토 헌장 제5조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전체 동맹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동 대응한다고 규정한다.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러시아 측 입장을 공유,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 유럽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가능성까지도 배제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안전보장 세부 사항은 10일 이내에 마련돼 문서로 공식화될 예정이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나토 5조식 안전보장 방안에 기대감을 표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가장 중요한 논의 주제로 안전보장을 꼽으며 나토 5조 모델을 거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은 유럽 대륙의 안보를 의미한다며 3자 회담 이후 유럽까지 참여하는 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요구하는 '휴전' 대신 푸틴 대통령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체결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유럽은 우려를 나타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휴전 없이 다음 회의가 열리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휴전을 위해 노력하고 러시아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유럽 정상들과의 회담 중 일시 휴식을 요청하고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 타스 통신 등은 크렘린궁이 미·러 정상이 약 40분간 전화 통화했다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미·러 정상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젤렌스키 대통령과 2주 내 만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회담에서 논의한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 등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의견을 청취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은 '노 딜' 파국으로 끝난 지난 2월 말 회담과는 달리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월 백악관 방문 시 착용했던 군복 스타일 복장 대신 검은색 셔츠와 재킷, 바지 등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옷차림을 가리키며 "제가 가진 것 중 최고"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좋다(I love it)"고 화답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아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것을 포함해 연신 "감사하다"는 뜻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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