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스트레이트' 연속 KO승 결승전 진출
사각의링 장악, 경기장 하얗게 불태운 세종복싱
매서운 펀치였다. 라운드마다 묵직한 웰터급 박태랑 선수의 레프트와 라이트 양손 펀치가 적중했고, 상대 선수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고 양손 훅과 스트레이트를 작렬하는 펀치를 쏟아부었다. 60kg 이상 중량급 선수의 펀치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고난도의 소나기 펀치였다. 링에 오르자마자 상대 선수를 제압 링을 장악했고 시합 내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보였다.
제54회 전국 소년체전을 앞두고 오직 세종시 마크를 달고 사각의 링 위에 서기 위해 호된 지옥 훈련 등을 인내하며 습득한 모든 기량을 오직 이 경기에 쏟아부으며 열정과 희망을 두 주먹에 싣고 하얗게 불태웠다.
세종시 대표 선수로 출전한 박태랑(소속 김정완 챔피언복싱짐) 선수의 경기에서 박 선수가 보여준 기량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경기였다. 프로복싱도 아닌 아마추어 복싱에서 이처럼 화끈한 복싱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것이 실로 놀랍다는 평가였다.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은 물론 지도자들 역시 박 선수의 그런 경기를 숨죽여 지켜봤다.
16살의 박 선수는 183cm의 큰 키에 날렵한 레프트훅과 스트레이트를 주 무기로 장착하고, 예선전부터 연속 KO승을 거두며 결승전까지 올랐다. 이런 박 선수가 도핑 논란에 휩싸였다. 결승전에서 승리한 박 선수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실시한 소변 검사에서 약물 성분이 나오면서 도핑 증상으로 판단돼서다.
선수 측은 최근까지 관련 소명 자료를 위원회에 제출하는 등 금메달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지만 결국 위원회를 설득하지 못하고, 금메달을 반납해야 했다.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기초단계이면서 전국체전과 더불어 전국 소년체전은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교두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국가 스포츠 행사다. 그런 비중 있는 경기에서 우수한 경기로 금메달을 목에 건 복싱영웅 메달리스트 신분이 박탈된 것이다.
최근 박 선수 측은 위원회에서 청문까지 마친 상태다. 금메달은 박탈된 상황이지만 좌절하지 않고 또다시 훈련에 매진해 메달 사냥에 나선다는 각오다. 따라서, 박 선수가 앞으로 출전할 경기에 앞서 출전정지를 얼마나 받느냐가 관건이다. 박 선수 측 트레이너는 "전국체전과 국가대표 선발전 등 앞으로 출전해야 할 국가적 경기가 남아 있는데, (박 선수) 출전 정지가 얼마나 결정될지가 걱정"이라며 "실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은 이상 금메달은 또다시 따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 선수의 경기 내용이 다시 한번 주목받으며 지역 복싱계에선 "박 선수한테 도핑 증상으로 판단되는 성분이 왜 나타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실력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며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박 선수의 경기력을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만큼, 우리는 (박 선수) 믿는다"고 힘주어 격려했다. 그러면서 "그간 열려온 전국 소년체전서 복싱 종목 세종시 최초의 금메달이라는 수식어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충청취재본부 김기완 기자 bbkim99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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