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언론 "레드카펫 깔고도 소득 없어" 평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이 별다른 합의 없이 끝나자 서방 언론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에게는 좋은 날이었다"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트럼프)로부터 동등한 대우를 받는 모습을 자국민에게 보여줄 기회를 얻었다"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장소인 알래스카주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 푸틴 대통령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았다. 전용기에서 내려 카펫을 밟고 오는 푸틴 대통령을 박수로 환영하는 등 극진하게 대우했다. 푸틴의 전용기가 알래스카에서 러시아로 넘어올 때는 미국 F-22 전투기가 호위했다는 크렘린궁의 주장도 전해졌다.
그러면서 WP는 "이번 방문으로 푸틴이 트럼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추가적인 제재 도입 가능성을 지연시킬 기회를 얻었다"면서 "회담 결과와 무관하게 푸틴이 승리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는 푸틴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줬지만, 얻은 것은 거의 없었다"며 이번 회담의 실질적인 성과 부재를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메레즈코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장은 "푸틴은 자신이 고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트럼프를 이용했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합의뿐만 아니라 후속 회담에 대한 합의 없이 허무하게 정상회담이 끝났다며 이번 회담을 '용두사미'(anticlimax)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푸틴은 트럼프에게서 정확히 그가 원했던 것을 얻어냈다"며 "미국 대통령의 환대를 받은 러시아 지도자는 자신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돌아왔음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느낄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로 '글로벌 왕따' 신세가 됐던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국적 위상을 회복했다는 의미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오랜 정치적 자산인 '해결사'(dealmaker) 이미지에 흠집을 냈다고 꼬집었다. BBC는 "자신을 평화 중재자이자 협상가라고 과시하기 좋아하는 트럼프는 알래스카를 떠나면서 두 가지 모두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관련 논의가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양국 정상과 대표단 간 예정했던 업무 오찬도 취소됐다. 오찬이 취소된 이유는 정확히 전해지지는 않았다. 미·러 정상이 2시간 반 남짓 만에 회담을 마치면서 예상보다 이르게 회담이 끝났기 때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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