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공급되는 시영주택 주차장에서 수천만 원대의 고급차가 세워진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일본에서는 600만 엔(약 5660만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신형 알파드와 같은 차량이 시영주택에 주차돼 있는 사례가 포착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이런 차를 몰 수 있는 사람이 계속 살아도 되나"라는 의문이 나온다.
일본 파이낸셜필드는 14일(현지시간) 이런 논란을 보도하면서 "결론부터 말하면, 시영주택 입주 자격은 '소득 기준'이 핵심이며, 차량 소유 여부나 차종은 큰 제한이 없다"고 전했다.
저소득층 위한 공공임대, 차량 기준은 없어
매체에 따르면 시영주택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건설 비용을 나눠 부담해 마련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주거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이 주요 대상이다. 일본의 공영주택법 제1조는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주택을 공급한다"를 목적으로 한다. 도쿄도의 경우, 연간 소득이 189만6000엔(약 1800만 원) 이하, 월 15만8000엔(약 150만 원) 이하일 때 입주가 가능하다. 이 소득은 세대의 연간 총소득에서 각종 공제액을 뺀 금액으로 산정된다. 부양가족 수에 따라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자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입주가 불가능하다.
차량 보유는 입주 조건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의 시영주택 안내문에는 세대당 1대 주차장 신청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차량 종류에 제한이 없어 고급차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6000만 엔(약 5660만 원)짜리 고급차를 몰더라도 소득이 기준 이하라면 입주가 가능하다. 입주 당시에는 기준 이하였더라도, 거주 기간 중 소득이 늘어날 수 있다. 공영주택법 제29조에 따르면 ▲5년 이상 계속 거주 ▲최근 2년간 연속으로 기준을 초과한 경우 '고액 소득자'로 분류돼 퇴거를 요구받을 수 있다.
억대 고급차 몰아도 소득 낮으면 입주 가능
도쿄도의 경우 고액 소득 기준은 월 31만3000엔(약 300만 원)이다. 다만 퇴거를 요구하더라도 즉시 내보내지는 않으며, 일반적으로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둔다. 매체는 "시영주택 거주 여부는 차량이 아니라 소득으로 판단한다"면서 "고급차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고소득자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기준을 충족한다면 법적으로 거주가 가능하다"고 했다.
국내서도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아파트에서 고급 외제차를 모는 입주민이 논란이 됐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당시 기준 LH 임대주택 입주민 가운데 311명이 입주 및 재계약 자격 기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35명은 수입차를 갖고 있었다. 이들의 차량을 브랜드별로 보면 BMW가 50대로 가장 많았으며, 메르세데스-벤츠 38대, 테슬라 9대, 아우디 9대, 포르쉐 5대 등이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국민임대 아파트 입주민은 1억8000만원(이하 인정가액 기준)에 이르는 2023년식 포르쉐 카이엔 터보를, 전북 익산시 오산면의 한 임대아파트 입주민은 1억원이 넘는 2022년식 포르쉐 카이엔을 각각 보유했다. 고가 국산차로는 제네시스 모델이 78대로 가장 많았다.
한국선 초고가 차량 논란에 3700만원 미만 차량만 허용
LH는 임대아파트 자격 기준으로 소득과 함께 세대가 보유한 모든 차량의 합산 가액이 3708만원(2024년 기준) 이하가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LH는 임대아파트 입주민의 고급차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지난해1월 5일을 기준일로 그 이전 입주자는 차량가액 초과 시 1회에 한해 재계약을 허용하고, 이후 입주자는 재계약을 거절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이 제도에 따르면 현재 고가 차량을 보유한 입주민 중 271명은 최초 입주연도가 지난 1월 5일 이전이어서 고가 차량을 보유하고 있어도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재계약이 가능하다. 이들 271명 중 76명은 최대 2028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LH는 "정기적으로 등록 차량 전수조사를 시행해 입주민의 고가 차량 보유 및 주차 등을 제한 중"이라며 "임대주택 고가차량 보유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과 재계약 거절, 주차등록 제한 등을 통해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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