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치
보수층 두드러져…트럼프 등 금주 행보 영향
미국의 성인 음주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1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2025년 7월 실시한 조사 결과를 인용, '와인과 맥주 등 술을 마신다'고 답한 미국 성인은 전체의 54%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1939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기존 최저 기록은 1958년의 55%였다.
1997년 이후 60% 이상을 유지하던 음주율은 2023년 62%에서 2024년 58%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급감했다. 특히 여성과 비히스패닉계 백인 성인(non-Hispanic white adults) 인구의 하락 폭이 컸다. 여성의 음주율은 1년 새 11%포인트 감소해 51%를 기록했고, 비히스패닉계 백인 역시 같은 폭으로 떨어졌다.
다만 금주 흐름이 특정 집단에만 국한되지는 않았다. 지난 2년 간 여성과 백인,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인구 집단에서 음주율은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보수층의 변화가 두드러진 것도 눈에 띈다. 공화당 지지자의 음주율은 46%로 2023년 대비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층의 감소폭은 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보수 진영 인사들의 금주 행보가 지지층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형이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뒤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 빈도와 양도 감소했다. 최근 24시간 내 음주를 했다고 답한 성인은 24%로 1984년 이후 최저였고, 지난 7일간 평균 음주량은 2.8잔으로 1996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이같은 인식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갤럽 조사에서 "하루 1~2잔의 적당한 음주도 건강에 해롭다"는 응답이 처음으로 과반(53%)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음주율 감소 추세가 대마초 등 다른 기호품으로의 전환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물가 상승, 재정 압박 같은 경제 요인과 함께 알코올이 암 등 질병과 연관이 있다는 경고가 확산하면서 음주 기피 현상이 심화했다고 분석한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폭음률은 45.2%로 1위 룩셈부르크(48%)와 2위 아일랜드(45.8%)에 이어 세계 3위였다. 폭음률은 '지난 한 달간 한 자리에서 60g 이상의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고, 술 60g은 대략 소주 1병에 해당한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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