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영광 불갑산서 포획·일본인에 팔려
박제 돼 유달초등학교 기부…100여년간 전시
일제시대 수탈 상징 역사·교육적 가치 높아
최근 영광군서 호랑이 반환요구 움직임 나와
유달초등학교 동문 반대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경술국치(1910년) 직전 암울하던 시기 비공식적으로 호남에서 마지막으로 포획된 호랑이가 전남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박제 형태로 전시돼 있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올해 이 호랑이가 주는 의미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15일 목포시교육지원청 및 목포시·영광군 등에 따르면 '유달초등학교 호랑이'는 지난 1908년 영광군 소재 불갑산에서 포획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영광 등 일부 지역에서 유달초등학교 호랑이를 '불갑산 호랑이'라 부르는 것도 이 이유다.
당시 한 농부가 설치한 덫에 빠져 붙잡힌 호랑이는 당시 10살 안팎의 다 자란 성체 암컷으로 몸길이 160㎝, 무게만 180㎏에 달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무명의 이 농부는 잡은 호랑이를 일본인 부호였던 본인 하라쿠지 쇼지에게 350원을 받고 팔았는데, 이 무렵 대학 졸업 근로자 한 달 평균 임금이 4~50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거액이었다.
하라쿠지 쇼지는 호랑이를 구매한 후 일본으로 잠시 반출해 박제로 만들어 보관하다가 1909년 유달초등학교에 기증했다. 기증 이유는 당시 유달초등학교가 조선 거주 일본인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심상소학교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호랑이는 호남 지역에서 잡힌 마지막 호랑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무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유달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해 왔다.
사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의 '조선 호랑이'에 대한 관심은 엄청났다. 호랑이·표범을 포함, 한반도에서 서식하는 대형 고양잇과 맹수들은 일본인들에게 경외감과 동시에 두려움을 주는 존재였다. 특히나 조선의 민족 정체성과 연결되다 보니 더욱 없애고 싶어했다.
겉으론 해수구제(해로운 짐승을 제거) 사업을 표방했지만, 호랑이, 표범을 대규모로 남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총독부 자료에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호랑이 97마리와 표범 624마리를 포획했다고 나오지만, 실제론 최소 2~3배 이상은 됐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는 남한 호랑이 멸종을 가속한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달초등학교 호랑이는 학교 동문과 전남도민들에게 호랑이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아픈 역사를 동시에 전해주는 존재가 돼 왔다.
이러한 가치 때문인지, 유달초등학교 호랑이는 종종 소유권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 영광군 및 지역 일부 군민들을 중심으로 호랑이 반환 서명 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영광에서 잡힌 호랑이인 만큼, 목포지역에 있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달초등학교 호랑이의 반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달초등학교 동문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상당한데다, 관광 및 교육적 자료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어 목포시, 목포교육지원청 등 관할기관 등도 난색을 보이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 2015년 영광군이 공식적으로 유달초등학교에 기증 요청을 했지만 무산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목포시교육지원청 한 관계자는 "유달초등학교 호랑이는 과거 일제 수탈의 상징으로서 아프지만 소중한 교육자료다. 특히 유달초등학교 동문들에게 자신들의 어린 시절 추억의 한 페이지를 간직하게 해준 소중한 호랑이다"라며 "영광군에서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서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인 만큼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없는 부분이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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