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구조공단 도움으로 구제받아
法 "법정 최고이자율 초과 이자는 부당이득"
22년 전 대부업체에서 빌린 200만원 때문에 3300만원 이상의 월급을 추심당한 채무자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이하 공단)의 도움으로 구제를 받았다.
14일 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김두홍 판사는 지난달 15일 A씨가 B 대부업체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A씨에게 1849만3900원 및 이자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02년 9월 한 대부업체로부터 대출 기간 1년, 연 이율 69%의 조건으로 200만원을 빌렸다. 다만 약정이자와 연체이자의 이율은 관계법령이나 금융사정의 변경에 따라 변동된 이율을 적용하기로 약정했다.
A씨가 제때 변제를 하지 못하자 대부업체는 2006년 3월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에서 "A씨는 225만7890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는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됐다.
다음해 9월 대부업체의 A씨에 대한 채권은 주식회사 정리금융공사로 이전됐고, 2009년 7월 또 다른 대부업체가 대여금채권을 공사로부터 양수했다.
채권을 양수한 대부업체는 2010년 3월 A씨에 대한 대여금채권으로 수원지법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해 2010년 3월 인용 결정을 받았다. 그리고 그 무렵 A씨가 다니던 회사로부터 204만9718원을 추심한 뒤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취하했다.
A씨가 빌린 원금 이상의 금액을 추심했지만 아직 이자와 채무 원금이 남아있던 탓에 이 대부업체는 2012년 9월 다시 B 대부업체에 A씨에 대한 채권을 양도했다. 민법상 채무자가 원금과 이자 등 채무 전액을 변제하지 못하고 일부만 변제했을 때는 가장 먼저 비용에 충당되고, 이후에 이자, 원금의 순으로 충당된다.
A씨에 대한 채권을 양수한 B 대부업체는 A씨에게 채권을 양도받았다는 통지도 하지 않았다.
한편 A씨는 2017년 10월 말 이 사건 대여금채권 관련 채무를 포함한 자신의 채무에 대해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2017년 12월 채무조정합의서가 작성됐는데, 당시 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A씨의 남은 채무액은 원금 225만7890원, 비용 22만5230원, 이자 930만1664원 등 모두 1178만4784원으로 산정됐다.
이후 이 같은 채무조정합의는 A씨의 상환금 미지급으로 2018년 9월 6일 효력이 상실됐고, A씨가 일부 변제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채무액은 원금 219만4669원, 비용 21만6220원, 이자 930만9556원 등 총 1172만455원이었다.
B 대부업체는 채권을 양수한 지 9년 만인 2021년 8월 비로소 A씨에게 채권을 양도받았다는 통지를 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A씨에 대한 대여금채권으로 법원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해 한달 뒤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이후 B 대부업체는 2024년 10월 말까지 A씨가 다니는 회사에서 3316만1536원을 추심한 뒤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취하했다.
자신이 빌린 돈의 15배가 넘는 돈을 추심당한 A씨는 B 대부업체를 상대로 추심해간 3300여만원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냈다. 그리고 재판 도중 법원의 소송구조 제도를 통해 공단의 법률 지원을 받게 됐다.
재판에서 A씨 측은 ▲앞서 다른 대부업체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추심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됐고 ▲애초 약정한 대로 변동된 이율을 적용하지 않아 실제 채권액보다 부풀려진 청구금액으로 추심명령을 받아 원금의 1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심했고, 채권을 양수한 후 장기간 방치해 모든 채무관계가 종료됐다고 신뢰하게 됐을 때 느닷없이 집행에 나선 추심행위는 권리남용에 해당해 무효이며 ▲실제 원리금은 위 추심금액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측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과 권리남용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소멸시효의 경우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합의서를 작성할 당시 양측이 정하지 않은 사항은 관련 세칙에 따르기로 했는데, 세칙에 '채무자가 합의서를 체결하면 조정채무에 대한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는 간주 조항이 있었다는 이유였다.
김 판사는 "원고(A씨)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B 대부업체)가 이행권고결정에 기해 집행에 나가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거나 피고로 하여금 그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해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 판사는 B 대부업체가 A씨로부터 추심해간 금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 판사는 "2018년 9월 6일 이후 대부업법 및 그 시행령에 다른 최고이자율은 2021년 7월 6일까지는 연 24%, 그 다음날부터 현재까지는 연 20%"라며 "피고가 채권추심을 마친 2024년 10월 31일을 기준으로 하면 대여금채권의 원리금은 1466만7636원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어 김 판사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실체적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으로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고 그 이행권고 결정에 기한 이행으로 금전 등이 교부됐다면 그에 관해 부당이득이 성립할 수 있다"며 "피고가 추심한 3316만1536원 중 1466만7636원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에 대해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결론 내렸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이상화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과거 고금리 대부 규정이 현대의 상식과 동떨어져 채무자를 장기간 고통에 빠뜨린 악질 대부업 관행에 경종을 울린 의미 있는 판례"라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 대출 피해자 보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의 이행권고결정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법이 금지하는 과도한 채권 추심에 대해서는 대응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며 "공단은 앞으로도 무리한 채권 추심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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