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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향·실향·망향'의 정서를 보다듬다...'향수, 고향을 그리다'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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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80주년 기념 전시
근현대 미술가 75명 작품 210여점 공개
일제강점기부터 분단까지 '고향' 모습 조명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서 11월9일까지

일제강점기와 광복, 분단과 전쟁, 산업화와 도시화... 각 시대를 살아간 예술가들은 역경과 고난의 지난한 시간을 통과하면서 어떤 모습으로 고향을 화폭에 담았을까.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 근현대사를 조망하는 전시회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다'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다. 근현대 미술가 75명의 작품 210여점과 아카이브 50점을 선보인다.

박상옥 '서울전경'(1960). 전쟁 이후 서울의 도시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넓은 화면에 수평 구도도 담아냈다. 밝고 온화한 색조로 일상의 평온함을 포착한다. 서믿음 기자

박상옥 '서울전경'(1960). 전쟁 이후 서울의 도시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넓은 화면에 수평 구도도 담아냈다. 밝고 온화한 색조로 일상의 평온함을 포착한다.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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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향토(鄕土)'를 빼앗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으로 되찾은 고향을 향한 '애향(愛鄕)', 전쟁에 따른 '실향(失鄕)'과 분단에 따른 '망향(望鄕)'의 모습을 예술가의 화폭을 통해 조망한다. 특별히 지역 작가의 작품과 지역풍경화를 대거 발굴해 소개한다. 미술관 관계자는 "담당 학예사가 전국을 발로 뛰며 미술관 수장고, 개인소장가, 작가의 유족을 찾아다녔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총 4부에 걸쳐 전국 각지에서 자신의 고향을 화폭에 담은 여러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1부 '향토(鄕土) - 빼앗긴 땅'...제국주의 시대 우리 땅에 대한 인식 살펴
김정현 '풍경'(1940년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도의 논밭 사이로 무가 가득 담긴 소쿠리를 든 채 아이를 업고 가는 여인과 그 뒤를 따르는 소년의 모습을 그린 작품. 서믿음 기자

김정현 '풍경'(1940년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도의 논밭 사이로 무가 가득 담긴 소쿠리를 든 채 아이를 업고 가는 여인과 그 뒤를 따르는 소년의 모습을 그린 작품.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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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향토(鄕土) - 빼앗긴 땅'에서는 일제강점기 우리 땅을 그린 각 지역의 풍경화를 통해 제국주의시대 우리 땅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다. 당시 문명에 물들지 않은 조선의 평화롭고 순수한 전원의 풍경은 일제에 의해 부정적으로 해석됐다. 문명에 물들지 않은 무기력한 식민지 상태로 묘사하는 이른바 '향토색' 회화로 구분됐던 것. 이에 국내 작가들은 '향토'를 민족 정서를 고취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우리 땅이 품은 고유의 색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목적으로 경성 '녹향회', 대구 '향토회', 부산 '춘광회', 광주 '연진회' 등이 전국에서 일어나 '조선화'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했다. 김정현의 '풍경'(1940년대)은 논밭 사이로 무가 든 소쿠리를 든 여인과 뒤를 따르는 소년의 모습을 올록볼록한 질감이 도드라지게 묘사했다.

그림이 미처 표현하지 못한 빼앗긴 땅에 대한 염원을 담은 글들도 전시관 한편에 자리 잡았다. 민족저항 시인 이상화의 시구를 비롯해 향수를 노래한 정지용, 백석, 이용악, 오장환 등의 시와 유네스코 등재작인 독립운동가들의 만주 망명 가사를 대거 선보인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 얼룩백이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정지용 '향수' 中


2부 '애향(愛鄕) ? 되찾은 땅'...광복 이후 되찾은 고향의 모습
이상범 '효천귀로'(1945). 이상범이 1945년 8월15일 광복 당일 제작했다고 알려진 작품이다. 농부가 새벽 안개 자욱한 들판 언덕을 넘어 소를 몰고 귀가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 서믿음 기자

이상범 '효천귀로'(1945). 이상범이 1945년 8월15일 광복 당일 제작했다고 알려진 작품이다. 농부가 새벽 안개 자욱한 들판 언덕을 넘어 소를 몰고 귀가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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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애향(愛鄕) ? 되찾은 땅'에서는 광복 이후 되찾은 '고향'을 살핀다. 일본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고향 경주로 돌아와 풍경화를 남긴 손일봉, 일본 유학 후 귀국해 마산 앞바다의 활기찬 기운을 화폭에 담은 문신 등의 작품에선 한국 특유의 전통 소재와 색채, 미의식이 엿보인다. 고향 홍성의 풍광을 다양한 조형에 담으며, 근대 수묵화의 혁신을 이룬 이응노, 바다에 비친 달을 모티브로 한국적 추상 형식을 완성한 김환기의 작품이 되찾은 땅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전한다.


3부 '실향(失鄕) ? 폐허의 땅'...6·25전쟁 속 폐허가 된 고향
박득순 '한강 인도교'(1956). 6·25전쟁 발발 초 북한군 남하를 막기 위해 폭파한 것을 1954년 복구한 직후에 그린 모습. 서믿음 기자

박득순 '한강 인도교'(1956). 6·25전쟁 발발 초 북한군 남하를 막기 위해 폭파한 것을 1954년 복구한 직후에 그린 모습.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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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실향(失鄕) ? 폐허의 땅'에서는 6·25전쟁의 비극 속 작가들이 느끼고 기록한 우리 땅의 모습을 살펴본다. 전후 폐허가 된 시가지를 그린 이종무의 '전쟁이 지나간 도시'(1950), 도상봉의 '폐허'(1953)는 암담한 현실을 쓸쓸하고도 고즈넉한 느낌으로 묘사한다. 또한 신영헌의 '평양 대동교의 비극'(1958), 이수억의 '6·25동란'(1954), 남관의 '피난민'(1957)과 같은 추상·반추상 풍경화는 어두운 색채와 거친 붓질, 형태의 해체와 분할로 전쟁의 참상, 고통의 기억을 길어 올린다.

4부 '망향(望鄕) - 그리움의 땅'...실향과 이산의 그리움
박성환 '망향'(1971). 작가는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해방 이후 월남한 실향민이다. 그의 작품은 실향의 아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몽환적이고 화려한 색채의 인상주의적 기법으로 표현했다. 그림엔 항아리를 이고 있는 여인의 주변으로 그리운 대상들을 곳곳에 그려 넣었다. 서믿음 기자

박성환 '망향'(1971). 작가는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해방 이후 월남한 실향민이다. 그의 작품은 실향의 아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몽환적이고 화려한 색채의 인상주의적 기법으로 표현했다. 그림엔 항아리를 이고 있는 여인의 주변으로 그리운 대상들을 곳곳에 그려 넣었다.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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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망향(望鄕) - 그리움의 땅'에서는 전쟁 이후 분단으로 인한 실향, 이산의 아픔을 품은 채 '그리움의 정서'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한다. 작품 곳곳에 녹여낸 고향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모티프를 배치하면서, 낙원이나 이상향의 모습으로 그려낸 점이 눈에 띈다. 대표작인 윤중식의 '봄'(1975), 박성환의 '망향'(1971), 최영림의 '봄동산'(1982) 등은 상실과 궁핍의 시대에 예술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위해 존재했는지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관람객에게 건넨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미금 학예연구사는 박성환의 '망향'에 대해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작가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망향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라며 "물동이를 이고 가는 모습은 조선을 상징하는 모티프 중 하나다. 아련한 기억으로 사라져가는 고향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75명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210여점의 작품 중 여성 화가의 손길은 찾아볼 수 없다. 당시 격동의 시기에 붓을 손에 쥘 수 있는 여성은 많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남성 시야로만 고향이 다뤄졌다는 점은 아쉬움과 함께 연구와 발굴을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와 격동기를 관통하는 시기에 고향과 우리 땅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을 4부에 걸쳐 보여준다"며 "격동의 근현대사 속에서 예술가들이 꽃피운, 눈물 울컥하게 하는 작품들이 많다. 한국민의 저력과 애정, 슬픔을 함께 느끼는 계기가 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1월9일까지 이어진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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