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등 주최 심포지엄서 발언
"원화 코인 수요 거의 없어…美 접근법과 달라야"
"스테이블코인은 승자독식 시장…진입장벽 낮으면 출혈 경쟁"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인 가운데 발행사는 은행 수준의 엄격한 자본비율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본금 규모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규제의 문턱을 현재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한국금융학회, 한국증권학회가 공동주최한 '스테이블코인과 금융시장의 미래: 규제, 안정성, 혁신'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유리 기자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3일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과 금융시장의 미래: 규제, 안정성, 혁신 심포지엄'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과 한국금융학회, 한국증권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그는 미국과 달러 스테이블코인, 한국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미국은 이미 300조원 규모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달러에 대한 초과수요 때문"이라며 "이를 법제화하는 지니어스 법안은 밖에서 뛰어노는 야생동물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수요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바이낸스 등 원화 코인이 실제 있으나 사실상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며 "솔직히 제도화의 명분과 실익이 미국에 비해서는 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짚었다.
최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존재하지 않는데, 공급자들은 다들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은 초기 시장확보와 네트워크 효과로 시장을 지배하는 승자독식의 시장인데, 진입장벽까지 낮아지면 과도한 출혈 경쟁에다 코인런 리스크도 커질 수 있어 소비자 보호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이 심하면 준비자산 운용에서도 높은 이율을 주는 고위험 채권으로 옮겨갈 유인이 커지고, 월말 감사 직전에만 안전자산으로 전환하는 '윈도 드레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현재는 (규제방식으로) 자본금 규제를 많이 얘기하는데 최소 자본금 요건뿐 아니라 최소 자본비율 규제도 필요하다"며 "은행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은행 수준의 건전성을 요구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에 대해서도 "국고채 위주인 경우 정부부채는 늘어나는데 민간대출은 줄어들 수 있어, 정부부채의 민간대출 구축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며 "대안으로 나오는 은행 예금 역시 '런 리스크'를 은행으로 떠넘기는 것인데다, 기관예금이라 예금 보호도 안돼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주조차익(시뇨리지)의 사유화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더는 직원이 30명밖에 안 될 만큼 은행보다 비즈니스 구조가 쉽다. 주 수입원이 주조차익으로, 사실상 땅 짚고 헤엄치는 구조"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주조차익을 기존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셋이 나누는 구조로 바뀔 텐데, 발권력에서 나오는 이 힘을 사기업이 나눠 가져도 되는지 은행의 공공성 논의처럼 발행자의 공공성 기능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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