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2주 만에 여의도 정가의 기류는 급격히 달라졌다. 제1야당을 상대로 정당 해산을 외치는 강성 집권 여당 대표의 출현과 관련이 있다. 추석 전까지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 추진을 약속하는 등 그의 강공 드라이브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대표 경선 당시 권리당원들은 정 대표에게 경쟁 후보의 2배에 이르는 표를 몰아줬다. 대표 경쟁 후보였던 박찬대 의원은 온건한 이미지를 지닌 인물인데, 당원들은 강성 이미지의 정 대표에게 마음이 끌린 셈이다. 정 대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국회 탄핵소추위원을 지내면서 강력한 개혁을 원하는 당원들의 표심을 흔들었다.
정 대표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민주당이 제1야당에서 집권 여당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강력한 개혁을 바라는 당원 요구에 충실해야 한다는 정 대표의 입장도 있겠지만, 여당 대표는 당원을 넘어 국민을 바라봐야 한다. 대표 취임 인사차 다른 정당을 예방하면서, 국민의힘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생각해볼 대목이다.
여당의 한자에 '더불어 여(與)'가 사용되는 이유는 정부와 함께 나라의 일을 해야 하는 당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국민의힘과 소통하고자 하는 것도 국민 통합의 중요성을 고려한 행동 아니겠나.
민주당 원로들은 12일 정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게 아니기에 집권 여당은 당원만을 바라보며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의 당부는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당심이 중요한 당내 대표 선거와 달리 내년 6월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민심이 판세를 좌우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국민의 충격파를 해소하려면 강력한 대응 못지않게, 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을 통한 숨 고르기도 중요하다. 추석 밥상 위에 이른바 3대 개혁 법안이 놓이기를 원하는 이들보다 추석 밥상 자체가 풍성하길 바라는 이가 더 많을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 대표도 포용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당 대표 수락 연설 당시의 모습이 그랬다. "박찬대를 찍었든, 정청래를 찍었든 우리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이고, 하나다." 실제로 정 대표는 당직 인선에서 탕평 인사로 화답했다.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던 당 관계자도 인선만큼은 칭찬과 놀라움을 표하는 이유는 정 대표가 보여준 포용력 때문 아니겠나.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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