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열쇠 AI
전력·수자원 '블랙홀' 비판 일지만
효율·지속가능성 개선 역할 커
'전력 4.0' 시대 가속 도구로 활용
전 세계가 기후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에너지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전 지구적 과제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관리하고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전환(Energy Transition)'이 절실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기후 위기 해결의 중요한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AI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입소스(Ipsos)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AI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지만 실제로 AI 기술이 어디에 활용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절반에 그쳤다.
특히 여러 미디어에서는 AI가 막대한 전력과 수자원을 사용하는' 에너지 블랙홀'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AI 챗봇이 생성한 100단어 이메일이 500㎖ 이상의 물을 소비한다는 연구 결과나, AI 검색이 일반 검색보다 10배 이상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수치가 그러한 인식을 강화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은 AI의 효율성 향상이라는 진보적인 측면을 간과한 것이다. AI는 다른 기술보다 더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지만, 혁신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엔비디아(NVIDIA)는 기존 대비 최대 25배 적은 비용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AI를 위한 블랙웰 슈퍼칩을 발표한 바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AI가 에너지와 물 소비를 줄여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에 AI를 통합할 경우, 기업은 에너지 흐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낭비를 최소화하며, 탄소 배출과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 즉, AI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위한 해결책에 더 가깝다.
현재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80%는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탄소중립(Net Zero)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탈탄소화가 핵심이다.
우리는 지금 '전력 4.0'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이 시기는 에너지의 전기화(Electrification)와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동반되는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이다. 전기화는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디지털화는 에너지 흐름을 가시화하고 자동화함으로써 더 높은 효율성과 유연성을 제공한다.
AI는 이 변화의 속도를 높여주는 '엔진'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복잡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해, 사람들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덕분에 산업 현장은 물론 가정에서도 에너지를 똑똑하게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에너지 탈탄소화를 위한 전략 수립에 있어 정확한 데이터는 핵심이다. AI는 방대한 에너지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와 배출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기업의 탄소 배출량 측정과 보고에도 활용되고 있다.
AI 기반 플랫폼을 활용한 마이크로 그리드 운영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연간 수십만 kWh의 전력을 자체 생산해 수천 대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수준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효율화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이러한 기술의 필요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의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환경적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도구로 재조명되어야 한다. 에너지 최적화, 탄소 배출 절감, 재생에너지 확대 등 우리가 마주한 과제 속에서 AI는 분명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는 기술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이끌지 고민할 때다.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는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프레드릭 고드멜(Frdric GODEMEL) 슈나이더 일렉트릭 글로벌 에너지 관리 사업부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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