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코오롱인더 수익 급감
동서석화·LX MMA 등 비상장사도 부진
라텍스·페놀 등 제품단가 3~18% 하락
"美 관세·경기 둔화 등 복합 위기 덮쳤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서 '방어주'로 불리던 비NCC(나프타분해시설 미보유)·특수화학 기업들이 줄줄이 흔들리고 있다. 사이클 하락에도 고부가가치·다운스트림 중심 포트폴리오로 버텨왔지만 올해 2분기에는 전방 산업 동시 침체와 글로벌 공급과잉, 수익성 악화가 겹치며 실적 방어 전략이 사실상 무력화됐다. 석화업계 위기가 NCC를 보유한 거대기업에서 다운스트림으로 확산하고 있다.
1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부가 화학제품을 주력으로 해온 금호석유화학 · SK케미칼 · 코오롱인더 스트리는 2분기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하거나 적자로 돌아섰다. 동서석유화학·LX MMA·SK인천석유화학 등 비상장 화학기업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들 기업은 NCC에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원료를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한다.
각사 실적 공시와 모회사 실적 보고서를 분석하면 주요 제품 가격은 전년 대비 3~18% 떨어졌으며 특수 제품의 가격 프리미엄은 크게 훼손됐다. NB라텍스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인 금호석유화학은 제품 가격 하락에 수익에 빨간불이 켜졌다. NB라텍스는 고무장갑의 원료인데, 평균 판매단가가 지난해 1㎏당 2.20달러에서 올해 1.87달러로 15% 떨어졌고 전방 산업 핵심 중간재인 페놀 가격도 10%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중국산 장갑 50% 관세 부과를 앞둔 1분기에는 선제 주문 효과로 수익이 방어됐지만 2분기 들어 중국이 미국 외 시장에서 저가 물량을 쏟아내며 시장 가격을 낮췄다. 이 여파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1191억원에서 652억원으로 45% 급감했다.
NB라텍스처럼 특정 기업이 지배적 위치를 가진 제품이라도 시장별로 가격 방어와 판로 다변화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일부 시장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나머지 지역에서 중국발 저가 공세가 심화하면 전체 수익성은 빠르게 압박을 받는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미국에서 유리해져도 나머지 시장에서 가격 경쟁 부담은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동서석유화학도 중국산 물량 확대에 어려움을 피하지 못했다. 합성섬유나 자동차 부품 원료로 쓰이는 아크릴로니트릴(AN) 국제가격은 t당 1800달러에서 1476달러로 18% 급락했다.
가격 하락과 원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 스프레드가 줄어드는 '원가·판가 엇박자' 현상이 나타난다. LX MMA가 생산하는 메틸 메타크릴레이트(MMA) 평균 가격은 t당 2050달러에서 1804달러로 12% 떨어진 반면, 원가는 5~7% 상승했다. MMA는 도료와 접착제 원료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512억원에서 370억원으로 27.6% 감소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파라자일렌(PX) 가격이 t당 1260달러에서 1109달러로 12% 떨어졌지만 원료인 나프타 가격 하락 폭은 덜 해 적자가 이어졌다. PX는 섬유와 필름의 원료로 쓰인다.
전방 수요 둔화는 고부가 제품도 예외 없이 흔들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타이어코드 평균 판매가격은 t당 4050달러에서 3929달러로 3%, 폴리에스터필름은 t당 2200달러에서 2090달러로 5% 하락했다. 출하량도 8% 줄면서 영업이익은 1432억원에서 1059억원으로 26% 감소했다.
SK케미칼은 지난 2분기 매출이 1조2087억원에서 1조7407억원으로 4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9억원에서 9억6000만원 적자로 전환했다. 고분자·바이오 소재 투자와 기술개발(R&D)·판관비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석화 산업 불황이 고부가·특수화학 가릴 것 없이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트럼프의 관세 전쟁, 우크라이나·이스라엘 분쟁, 코로나19 이후 지연된 경기 회복 등 복합 위기가 다운스트림까지 번지고 있다"며 "가격 방어가 가능한 시장·제품 비중 확대, 원가 절감 및 가동률 조정 등을 통해 손익 악화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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