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이 베트남 대형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 CMC의 응우옌 쭝 찐 회장과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두 사람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포럼 직후 별도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CMC는 베트남 IT서비스 상위권 기업이며 삼성SDS가 지분을 보유한 전략 파트너다. 이 접점은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스마트팩토리 등 현지 협력 창구로 기능한다. 지난해 7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응우옌 쭝 찐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 칩 설계 공동 개발을 협의한 바 있다. 이번 노태문 부문장과의 회동은 당시 논의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 박닌과 타이응우옌에 대규모 스마트폰·가전 생산단지를 운영한다. 베트남 법인을 통한 수출 비중이 높다. 베트남 정부는 반도체 산업 국가 전략을 세우고 2030년까지 관련 엔지니어 5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인력 양성과 생산기반이 맞물리는 만큼 기업·정부 간 협의 채널이 상시 가동되는 구조다.
노 사장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기업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이 간담회는 11년 만에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당서기장의 방한을 계기로 마련된 자리로, 노 사장을 비롯해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 김상현 롯데 부회장, 성 김 현대차 사장,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 임진달 HS효성 대표,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 등 17개 기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투자 확대와 신규 사업 기회 창출을 위한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별로 HD한국조선해양은 베트남 사업 의지를 강조하며 현지 법인인 HD현대베트남조선 부지 임대 기간을 기존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기 투자와 설비 확충 계획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베트남은 HD현대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조선업의 한 축이자 최고의 사업 파트너"라며 "해외 진출 모범 사례로 인정받는 HD현대베트남조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상호 협력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HD한국조선해양은 베트남해양공사(VIMC)와 '포괄적 조선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베트남 조선업 발전 촉진, VIMC 선대 확충·현대화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철강, 희토류 사업 전반에 걸쳐 협력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베트남 북부에 1500㎿급 LNG 발전소 2곳(총 43억9000만달러 규모) 개발을 제안한 상태다. 이 개발이 성사된다면 그룹 역대 최대 규모 해외 프로젝트가 된다. 간담회에 앞서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은 응우옌홍지엔 장관과 별도 면담을 하고 신규 투자 가능성을 논의했다. 현대차·LG를 비롯한 국내 17개 기업은 이날 오후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주관으로 열린 기업간담회에 참석해 투자와 사업 기회 확대를 모색했다.
이 밖에도 HS효성은 베트남 현지에서 운영 중인 타이어코드·에어백·탄소섬유 생산 설비의 안정적 가동과 증설을 위한 인허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은 별도로 진행 중인 신규 투자 계획과 관련해 인프라 제공과 규제 완화를 베트남 정부에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은 신도시 개발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도로·전력 등 기반시설 확충과 행정 절차 간소화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SK그룹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간담회에 참석했으나 그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자리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이번 간담회와 별도로 베트남 측에 대규모 전력 수요 확대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거론하며 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현재 SK는 베트남에서 광구 탐사·개발·생산(자회사 SK어스온)과 해상풍력 단지 운영(SK E&S) 등 에너지 사업을 진행 중으로, 발전·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럼 서기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베트남에 적극 투자해 달라"라며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 기업과 한국에 투자한 베트남 기업들의 어려움을 듣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고, 상세한 애로 사항을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며, 2045년에는 베트남이 현재의 한국과 같은 나라가 되길 바란다"며 "투자 절차 간소화와 투자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 베트남이 국제 금융 허브로 발전하길 바라며, 투자 환경을 조성해 한국 투자 기업을 더 유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정 및 사과문]
이 기사는 8월 12일 17시34분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베트남 서기장과 비공개 회동' 제목으로 최초 작성됐으나 해당 인물은 베트남 정보기술(IT) 기업 CMC의 응우옌 쭝 찐 회장으로 확인돼 8월 13일 13시32분 수정됐습니다.
당시 보도는 현장 취재와 1차 확인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으나 외부 지적을 계기로 사실관계를 재검증했습니다. 이후 확보한 정면 사진 대조와 삼성 측 확인 절차를 거쳐 응우옌 쭝 찐 회장임을 최종 확인했습니다. 초기 검증이 미흡해 독자 여러분께 혼선을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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