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AI칩 포기, 외부 칩 협력
자율주행차 등 핵심 사업 집중
2033년까지 삼성 AI6 칩 생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체 슈퍼컴퓨터 '도조' 담당 팀 해체를 공식화했다. 자체 인공지능(AI) 칩을 포기하고 삼성전자 등 외부 칩 협력사와 밀착함으로써 자율주행차 등 핵심 사업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머스크 CEO의 의지로 읽힌다.
머스크 CEO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모든 경로가 AI6로 수렴된다는 것이 명확해진 순간 도조를 종료하고 어려운 인사 결정을 내려야 했다"며 "'도조2'는 이제 진화적으로 막다른 길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조3'는 아마도 단일 보드에 다수의 AI6 시스템온칩(SoC)을 탑재한 형태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적었다.
테슬라는 2021년 8월 도조와 자체 AI 칩인 D1 칩을 처음 공개했다.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오토파일럿,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머신러닝 모델 훈련을 위한 맞춤형 슈퍼컴퓨터 구축을 목표로 했다. 머스크 CEO는 도조가 테슬라 자율주행 구현의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며 독립적인 공급망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도조 프로젝트는 중간에 책임자가 여러 번 바뀌는 등 난항을 겪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결정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전략에서 주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AI 칩 자체 생산 기조를 버리고 삼성전자 같은 외부 칩 파트너, 엔비디아·AMD 등의 컴퓨팅 기술 기업과 협업함으로써 본 사업에서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다.
테슬라는 2033년까지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삼성전자와 차세대 AI6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머스크 CEO는 삼성전자와 165억달러(약 22조88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달 말 밝혔다. 이는 테슬라의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머스크 CEO는 "165억달러라는 숫자는 최소한의 수치"라며 실제로 몇 배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 같은 전략적 태세 전환은 테슬라의 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테슬라 주가는 11일 종가 기준 339.03달러로 전일 대비 2.84% 올랐지만 연초 이후로 보면 10% 넘게 하락한 상태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 감소와 머스크 CEO의 정치적 행보로 상당한 브랜드 가치 훼손을 겪고 있다"며 "머스크 CEO는 지난 6월 오스틴(텍사스)에서 시범 운영된 로보택시 서비스가 많은 주행 실수를 낳았지만 자율주행 분야에서 여전히 유망하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설득하려 하고 있다"고 짚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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