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출입통제시 관광 위축 우려
미·러 외교 흐름에 좌우되는 안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 장소로 지정된 알래스카에서 관광 위축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 정상회담에 따라 도로 및 출입 통제 지역이 늘어나 8월 성수기인 크루즈 관광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상회담 전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 외교정책 흐름에 따라 자칫 알래스카가 최전선 지대가 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8월 관광 대목인데…정상회담으로 교통·출입 통제 우려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회담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미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알래스카의 크루즈선 관광업체들은 15일(현지시간) 개최되는 미러 정상회담 상황에 따라 일정 조율에 나선 상태다. 정상회담 개최로 앵커리지 일대 공항과 항만이 일시적으로 폐쇄되거나 교통통제·출입 금지 구역이 생겨날 수 있어 관광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이 관광 성수기인 알래스카는 주로 크루즈선을 이용한 관광객이 많이 찾는 편이다. 알래스카를 찾는 관광객은 평균적으로 5월에서 9월 사이 몰려있으며, 지난해 전체 방문 관광객은 270만명에 달했다. 이 중 66%가 크루즈선을, 31%는 항공편을 이용했다. 미러 정상회담 전날부터 당일까지 알래스카 일대 입항이 예정된 크루즈선은 5대 정도이며, 관광객은 7000명 정도 규모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알래스카는 2017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후 귀국길에 앵커리지를 방문했을 당시 보안상 이유로 주요 도로가 폐쇄되고, 많은 경호 인력이 배치돼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은 바 있다.
미·러 교류의 상징…ICC 규정도 적용 안 돼
관광업계 타격이 예상되지만, 그런데도 알래스카가 정상회담 장소로 선정된 주된 이유는 양국 교류의 상징적인 지역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많은 러시아계 주민들이 알래스카에 살고 있고 여전히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공동체들도 여러 곳이 남아있다.
CNN에 따르면 알래스카는 18세기 러시아의 식민개척이 시작돼 오랫동안 러시아 영토였다가 1867년 미국과 러시아 간 알래스카 조약에 따라 미국으로 넘어간 지역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계 주민들과 정교회 소속 교회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까지만 해도 알래스카 주요 도시들이 러시아 도시들과 자매결연을 맺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알래스카가 가진 장점은 미국령이지만 국제형사재판소(ICC)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란 점이다. ICC는 2023년 푸틴 대통령에 전범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ICC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이면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 푸틴 대통령은 ICC 관할권이 미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BRICS) 회담에 불참하고 화상회의만 진행한 바 있다.
미러 정상회담 성공 미지수…알래스카 최전선 되나
휴전 합의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회담 이후 미러 관계가 단번에 좋아지긴 어려울 것이란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은 탐색전 성격의 회담이 될 것"이라며 "아마도 첫 2분 안에 진전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냥 나와서 행운을 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게 끝이 될 수도 있다. 이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3자 회담은 무산됐고, 젤렌스키 대통령도 영토 양보는 불가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미국을 속이려는 의도를 알고 있으며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보는 살인자를 설득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할 경우,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러시아 간 최전선 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알래스카의 안보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 정부도 러시아의 도발에 대비해 미사일 방어 능력을 최근 강화하고 있다.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미 육군은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 인근 포트그릴리에 지상기반요격미사일(GBI) 고정 발사대를 최근 확장했다. 또한 핵잠수함도 최근 알래스카를 비롯해 북극해 일대 추가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3일(현지시간) 구체적인 핵잠수함의 배치 지역에 대해 언급하진 않으면서 "그 지역에, 있어야 할 곳에 배치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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