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공정·형평성에 의문
군 전문가 "의견 수렴 부족"

'군인아들사랑카페' 회원들이 11일 강원 춘천시 강원특별자치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인들의 현 진급 제도가 병사들의 무한 진급 누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즉각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장병 부모들이 국방부의 '병사 진급 제도 운용 강화' 방안에 대해 무한 진급 누락 가능성을 제기하며 전면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11일 병사 부모연대는 강원특별자치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는 병사 무한 진급 누락제를 당장 폐지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훈련 변경으로 자동 진급 제도가 폐지되고 무한 진급 누락을 시키겠다는 것은 명백한 제도의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부모연대는 "만약 상병으로 전역할 경우, 이력서에 '상병 만기 전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방부는 병사 인사관리 훈령을 개정해 병사의 진급에도 심사를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간 병사는 복무 개월 수를 채우면 자동으로 진급할 수 있었다. 예외적으로 특정 사유가 있을 때만 최대 2개월간 누락 가능성이 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진급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병사는 전역 직전까지 줄곧 일병 혹은 상병 계급에 머무르다가 병장 계급을 딱 하루 체험한 뒤 전역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게 됐다. 군대 후임과 선임 간 '계급 역전' 상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개정안에 관한 각계 우려가 쏟아지자 국방부는 해당 제도의 시행을 잠정 보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부모연대는 전면 재검토가 아닌 즉각 개정안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제도 적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진급 심사에 형평·공정성이 결여됐다"며 "높은 징집률로 3·4등급까지 군대에 가는 현실에서 체력 증진을 목적으로 한 심사 통한 진급 누락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후임이 먼저 진급하면 병사 간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고, 누락된 병사들의 사기와 자존감 저하가 군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전면 재검토가 아니라 전면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역시 "많은 군사 전문가와 학계도 훈령 개정 소식에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며 "사전에 충분한 공청회나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방부가 장병들을 엄격한 건강 기준으로 징집하거나 입대 후 체계적인 체력 관리를 하지 않고 진급 누락을 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우수 인원의 조기 진급 활성화 등 제도 부작용 줄이는 방안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수 인턴기자 parkjisu0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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