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기술사용 연구 결과 분석
"노년층은 뇌 훈련 효과"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인간의 기억력과 인지 능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많았지만, 노년층의 경우 오히려 뇌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국 베일러 대학교의 인지 신경과학자 마이클 스컬 박사와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신경심리학자 제라드 벤지 박사는 50세 이상(평균 연령 69세) 41만1000명을 분석한 연구를 토대로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술 사용과 인지 상태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면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연구 논문 57편을 통합·재분석했다. 그 결과 컴퓨터나 스마트폰, 인터넷 또는 이 둘을 혼합해 사용하는 노인들의 경우 기술을 사용하지 않거나 덜 사용하는 이들보다 인지 기능 검사에서 더 나은 성적을 거둔 것을 발견했다. 또 인지 장애 또는 치매 진단율도 더 낮았다.
이는 기술이 우리의 뇌에 이른바 '디지털 치매'라고 불리는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있어왔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간에는 인간이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해 기억력과 인지 능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연구진도 노년층은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둘 다 겪었지만, 인지 장애가 흔해지는 연령대에 도달하면서 디지털 기술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분석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연구진은 "노년층은 아날로그 세대였으나 세월에 적응하기 위해 IT 기기 사용자로 거듭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렇게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수록 장기적으로 뇌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기본적인 학습과 인지 틀이 형성된 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신기술을 배우면서 뇌 훈련이 되어 도리어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기존 기술에 따른 인지 기능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뇌가 아직 발달 중인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많은 연구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 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미국과 여러 유럽 국가에서 치매에 걸리는 노인의 비율은 감소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 다양한 요인이 제시된 가운데, 듀크 대학교의 무랄리 도라이스와미 박사는 기술 활용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고 자란 세대에도 이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기술은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이번 결과가 현재의 노년층에만 적용되는 일회성 효과는 아닐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디지털 매체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도라이스와미 박사는 "하루에 10시간씩 넷플릭스를 시청한다면 사회적 관계를 잃을 수 있다"며 기술이 운동이나 건강한 식습관 등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른 활동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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