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 비중 56.9%…'후진국형 참사' 비중 더 커져
개인과실 비중도 작년보다 높은 과반 규모
고령화·외국인 의사소통 한계·불법 하도급 병폐도 여전
"기본 안전수칙 철저히 지키는 문화부터 정착해야"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건설 현장에서 102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설경기 침체에도 여전히 매달 14건 이상의 '장례식'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 고령화, 외국인 근로자와의 의사소통 한계, 불법 하도급 등 구조적 병폐가 여전한 가운데 '후진국형 참사'로 불리는 추락사와 개인 과실 비중이 크게 늘었다. 당장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즉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락사·개인 과실 비중↑…'후진국형' 참사 여전
13일 국토안전관리원 건설공사 안전관리종합정보망(CSI)에 집계된 사고를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건설현장 사망자는 102명(질병 제외)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숨진 이가 113명이니 10%가량 줄었다. 공사 현장사고는 '사망 또는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의 인명피해, 1000만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유형별로 보면 올해 사망자 가운데 56.9%(58명)가 '떨어짐', 이른바 추락사로 숨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53.1%(60명)보다 3.8%포인트 높아졌다. 추락사는 기본적인 안전수칙 준수와 안전장비 착용만으로도 예방 가능성이 높은 '후진국형 참사'로 통한다. 지난 8일에도 DL건설 아파트 시공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있었다. 현재까지 경찰 조사 결과 안전고리 미착용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추락사에 이어, 사망자 발생의 원인으로는 물체에 '맞음'(16명),'깔림'(10명), '무너짐'(5명), '부딪힘'(4명),'질식'(3명), '끼임'(2명), 온열질환·절단·화재·기타(각 1명) 등이 꼽힌다.
사고 원인별로는 작업자 부주의로 인한 사망이 26명으로 가장 많았다. 작업자의 불완전한 행동(15명), 안전 보호구 미착용 (6명), 안전 보호구 착용불량(5명), 설치·해체과정 관리 미흡(4명)이 뒤를 이었다. 이 중 설치·해체과정 관리 미흡을 제외하면 모두 작업자 개인 과실에 따른 사고로 분류된다. 전체 사망자 중 52명이 이런 사고에 당했다. 건설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다.
"구조적 문제는 장기과제…개인 과실 예방이 우선"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올해 16명이다.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에서 6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포스코이앤씨 4명, 현대건설 3명, HDC현대산업개발 2명, 삼성물산 건설부문 1명 순이었다. 나머지 86명은 관리·감독 인력과 안전 예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10위권 밖 건설사 현장에서 숨졌다.
외국인 근로자 사망은 올해 13명으로 지난해(13명)와 같은 수준이다. 언어 장벽과 안전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은 고령화가 심각한 내국인을 대신해 철근·콘크리트 등 고위험 공종에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내국인 건설기능인력 중 50대 이상 비율은 60.3%, 60대 이상은 26.6%(각 1월 말 기준)에 달한다. 여기에 불법 하도급 관행으로 인한 원청 지배력 약화도 건설 현장의 근본적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설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는 2022년 238명, 2023년 244명, 지난해 207명에 달한다. 올해 7개월간 사망사고는 건설경기 침체로 현장이 감소했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수)은 0.43?(만분율, 1만분의1)로, 산업 전체 평균(0.10?)의 4배에 달했다. 2021년 0.56?에서 2023년 0.40?로 하락했지만 지난해 0.43?로 반등했고 올해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병폐는 장기 과제로 두더라도 '후진국형 참사'나 작업자 개인 과실을 예방하는 방안은 바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명기 한국건설안전학회 부회장은 "고령화, 외국인 의사소통 부재, 불법 하도급 같은 구조적 문제는 장기 대책이 필요하지만, 추락사처럼 원인이 명확한 사고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며 "안전교육·감독 강화와 안전설비 설치 강화로 개인 과실을 예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복잡한 구조개혁보다 기본 안전 수칙이 현장에서 철저히 지켜지는 문화 정착이 사망사고 감소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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