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훤히 보이는 경주 호텔 사우나 논란
고객 항의에 긴급 공사 안내 적힌 입간판만
노출 피해 사실 내용 및 사과문은 빠져
경북 지역에서 한 대형 호텔 여성 사우나의 유리창 보호필름이 훼손돼 사우나 안쪽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호텔 측은 사실을 인정하고 긴급 공사에 들어갔으나 피해 고객 측은 여태껏 노출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산책로서 女 사우나·탈의실 다 보였다…경주 유명 호텔서 봉변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외부에서 알몸이 보이는 여자 사우나'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며칠 전 경북의 유명 호텔에 3박 일정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며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고 마지막 날에 사우나까지 다녀온 뒤 1층 잔디 광장에 산책하러 나갔다"고 적었다.
A씨는 "잔디 광장에서 호텔 외관을 구경 중 3층 정도에서 옷 벗은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며 "유리창에 습기가 낀 모습에 (보이는 장소가) 사우나라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어 "사우나 동선을 아내와 얘기하다 보니 그곳은 여자 사우나였다"며 "밖에서 볼 때 (옷 벗은) 사람의 등과 날개뼈가 다 보이는 정도였는데, 키가 큰 아내는 탈의 시 하체까지 다 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호텔 측에 항의 후 객실에 돌아와 누웠는데 아내는 외부에 본인 몸이 노출됐다는 사실에 수치스러워하며 잠도 못 자더라"며 "잔디 광장은 누구나 지나다니는 공간인데 그동안 직원 한 명도 이런 문제를 못 봤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분노했다.
밖에서 여성 사우나 내부가 보이는지 확실하게 확인하고자 호텔 협조를 구한 뒤 실험했다는 A씨는 "사우나뿐 아니라 탈의실까지 밖에서 다 보였다"며 "그림자 형태로 신체 라인이 보이는 것을 넘어 무슨 옷을 입었는지 구별할 수 있는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호텔 측은 애초 "사생활 보호 필름이 있어 보일 수 없다"고 반박했으나 사진을 확인한 뒤 검토를 거쳐 A씨 측에 사과를 건넸다. 그러나 A씨 측은 피해자가 더 있을 텐데 사과만 받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사우나 운영 중지 및 필름 작업 ▲그동안 노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 대한 사과문 홈페이지 게시 등을 요청했다.
호텔 측 "필름 노후화로 외부 노출 가능성, 긴급 공사 착수"
이후 호텔 측은 사우나 출입구 앞에 "사우나 통유리에 부착된 유리 필름이 고온 및 이상 기후로 인해 급격히 노후해 야간 시간대 외부 노출 우려가 있는 상태라서 긴급 교체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는 내용의 입간판을 설치했다. 노출 피해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A씨는 "이런 입간판 두 개가 그동안 노출된 고객들에 대한 사과문까지 포함된 거라더라. 게시한 곳도 호텔 프론트 앞이 아닌 사우나 출입구 앞이었다"면서 "저희 요구사항은 홈페이지에 그동안 여성 사우나 이용 고객들의 몸이 노출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을 올리는 거라고 다시 전달했다"고 했다.
피해자인 A씨의 아내는 사건 이후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우리는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본인도 모르게 노출 피해를 당한 모든 이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사과해야 한다"고 글을 마쳤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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