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K-9 자주포가 처음으로 베트남에 수출됐다. K-9의 베트남 수출은 공산권 국가는 물론 동남아시아 첫 진출 사례로도 꼽힌다. 베트남은 K-9 자주포를 도입하면서 세계 10번째 'K-9 유저 클럽' 국가가 됐다. 액수로는 3500억원 규모다.
11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작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K-9 자주포 20문을 코트라(KOTRA)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K-9 자주포 수출은 제작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직접 납품하는 방식이 아닌 정부 간(G2G) 거래로 코트라를 통해 납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K-9 수출액은 2억5000만달러(약 3500억원)다. 당초 예상했던 금액보다 500억원 정도 적은데, 유지·보수·정비(MRO) 계약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추가계약 성사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베트남 K-9 자주포 수출은 2022년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응우옌쑤언푹 당시베트남 국가주석이 방한하면서 진행됐다. 국방부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양국관계에 부합하도록 베트남과 국방 및 방위산업 협력을 약속했다. 판반장 베트남 국방부 장관도 방한해 한국군 지상전력의 핵심인 제7기동군단에서 K-9 자주포를 직접 살펴봤다. 지난해 11월에는 우리나라 육군의 외국군 대상 K-9 자주포 조종·사격·정비 교육에 베트남 장병을 파견 보내기도 했다.
공산권 국가로의 방산 무기 수출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방산기업들은 그동안 공산주의 국가나 군부정권 등과는 거래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등 국제정치 지형이 변하면서 공산국가를 새 시장으로 개척할 수 있게 됐다. 베트남은 스프래틀리 군도(베트남명 쯔엉사 군도)를 놓고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의 무기체계와 호환이 가능한 한국산 무기를 도입한다면 이는 베트남이 '반중' '탈중' 노선으로 간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북한으로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양측은 이와 관련해 별도 협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군부는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방한을 계기로 국내 방산기업 생산현장을 방문한다. 응우옌홍퐁 베트남 포병사령관은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을 방문하고 오는 13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원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한다. 베트남은 국산 지대공미사일 요격체계인 '천궁 Ⅱ'에도 관심이다. 14일엔 천궁 Ⅱ 제작사인 LIG넥스원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이재명 대통령 초청으로 10일부터 나흘간 한국을 국빈 방문하면서 방산뿐 아니라 원전, 고속철도 등에서도 협력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