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도 '빠른 3000보'가 효과적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위험 17% 감소
고혈압 환자가 하루 1만보 이하로 걷더라도 빠르게 걸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 호주 시드니대 이매뉴얼 스타마타키스 교수 연구팀이 최근 유럽 예방심장학 저널(EJPC)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 3만6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하루 2300보를 기준으로 매일 1000보씩 더 걸었을 때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발생 위험이 최대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영국 바이오의학 DB인 영국바이오뱅크(UK Biobank) 하위 연구에 참여한 고혈압 환자 3만6192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손목에 가속도계를 7일간 착용해 걸음 수와 속도를 측정했다. 이들은 평균 64세였으며 약 8년간 추적 관찰됐다. 연구팀은 총 28만3001인년(1인년은 한 사람을 1년간 관찰한 값)의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 기간 총 1935건의 심장병이나 뇌졸중 사례가 발생했다.
연구 결과, 1일 2300보 기준 1000보 증가 시 MACE 위험이 17.1% 줄었으며, 심부전 위험은 22.4%, 심근경색은 9.3%, 뇌졸중은 24.5% 감소했다.
고혈압이 없는 3만7350명을 분석했을 때도 결과는 유사했다. 하루 1000보 증가 시 MACE 위험 20.2%, 심부전 23.2%, 심근경색 17.9%, 뇌졸중 24.6% 감소와 연관이 있었다.
고혈압은 전 세계 약 12억8000만명이 앓고 있는 질병이다. 이는 심장병 위험을 49%, 뇌졸중 위험을 62%, 심부전 위험을 77~89% 높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고혈압 환자가 MACE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신체 활동을 늘려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를 주도한 스타마타키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루 걸음 수와 주요 심혈관 질환 사이의 용량-반응 관계를 보여준 최초 연구 중 하나"라며 "고혈압 환자는 더 많이, 더 강도 높게 걸을수록 미래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아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만보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모든 신체 활동이 건강에 유익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표본, 가속도계 기반 걸음 수·속도 측정, 영국 사망 및 원인 자료 활용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신체 활동량이 처음 측정된 이후의 변화는 반영하지 못했다. 또 관찰 연구인 만큼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