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G방식으로 KOTRA통해 하반기 20여문 납품
베트남 서기장 방한… 이 대통령과 전방위 논의
국산 명품무기로 손꼽히는 K-9 자주포가 베트남에 수출됐다. K-9의 베트남 수출은 공산권 국가에 대한 첫 방산 수출이자 동남아시아 첫 진출이다. 베트남은 K9 자주포를 도입하면서 세계 10번째 'K9 유저 클럽' 국가가 됐다.
11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K-9 자주포 수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베트남에 직접 납품하는 방식이 아닌 정부 간(G2G) 거래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통해 납품하게 된다"며 "지난달 2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OTRA에 납품을 계약하고 공시했다"고 밝혔다.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초청으로 10일부터 나흘간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베트남 서기장이 방한한 것은 11년 만이며 현 정부 첫 외국 정상 방문이다. 베트남은 총리나 국가 주석보다 공산당 서기장의 권력 서열이 더 높다. 이날 이 대통령은 K-9 자주포 도입을 계기로 원자력발전, 고속철도, 방위산업 등을 포함한 문화·예술 산업 분야 전방위 논의를 이어간다.
이번 K-9 자주포 20문 수출액은 2억 5000만 달러(약 3500억 원)다. 당초 예상했던 금액보다 500억원 정도 적은데, 유지·보수·정비(MRO) 계약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추가계약 성사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또럼 서기장과 함께 방한한 응우옌 홍 퐁 베트남 포병사령관은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어 13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원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한다. 베트남은 국산 지대공미사일 요격체계인 '천궁 II'에도 관심이다. 14일에는 천궁 II 제작사인 LIG넥스원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K 방산에 지속해서 러브콜을 보내왔다. 과거 우리 해군이 사용하다 퇴역시킨 함정을 무상으로 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K-방산'에 관심을 높아졌다. 베트남 K-9 자주포 수출은 2022년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당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방한하면서 진행됐다. 국방부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양국관계에 부합하도록 베트남과 국방 및 방산 협력을 약속했다. 다음 해 윤석열 전 대통령은 방산기업 등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베트남을 방문했다. 판 반 장 국방부 장관도 방한해 한국군 지상전력의 핵심인 제7기동군단에서 K9 자주포를 직접 살펴봤다. 지난해 11월에는 우리나라 육군의 외국군 대상 K9 자주포 조종·사격·정비 교육에 베트남 장병을 파견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후폭풍으로 논의는 진척되지 않았다.
K-9 자주포가 올해 하반기 베트남에 납품되면 베트남 제204포병여단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중국 남쪽에 위치했고 과거 미국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한국군과도 교전했다. 지금은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하고 공산당 유일 정당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다. 그동안 K 방산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와중에도 암묵적으로 공산주의 국가나 군부정권 등과는 거래를 자제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등 국제정치 지형이 변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베트남은 스프래틀리 군도(베트남명 쯔엉사 군도)를 놓고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구식 무기체계의 한계로 중국에 맞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베트남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의 무기체계와 호환이 가능한 한국산 무기를 도입한다면 이는 베트남이 '반중', '탈중' 노선으로 간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베트남은 국산 K-9 자주포 도입과 함께 북한과 우호 관계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황 쑤언 지엔 베트남 국방부 차관은 북한을 방문해 김민섭 북한 국방성 부상과 회담을 하고 군사기술, 방위산업 등 군사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올해 1월 르엉 끄엉 주석은 북한과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내 "'2025년 베트남 조선 친선의 해'의 가동을 선포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K-9 자주포 기술이 북한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 이유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