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제조 시설 건설 기간 단축 프로그램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자국 내 의약품 제조시설의 건설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프리체크(PreCheck)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바이오 제조 기반을 반도체·배터리·자동차에 이어 핵심 산업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정책 기조가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FDA는 지난 7일(현지시각) 'FDA PreCheck 프로그램'을 공식 발표하며, 해외 의약품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서명한 '필수 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 촉진을 위한 행정명령'의 연장선에 있으며, 지금껏 5~10년 이상 소요되던 의약품 제조시설 건설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미국에 유통되는 의약품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제조되고 있으며, 특히 의약품의 핵심 원료인 원료의약품(API)의 미국 내 제조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 인프라 자체를 미국 내로 되돌리기 위해 FDA는 사전 승인, 조기 커뮤니케이션 등을 통해 전례 없는 속도전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프리체크 프로그램은 크게 두 단계로 구성된다. 첫번째는 시설 준비 단계로, 설계와 시공, 사전 생산 단계에서 FDA가 기업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승인 요건을 사전에 점검한다. 기업들은 운영계획서, 품질 시스템, 관리 성숙도 등을 미리 제출할 수 있으며, 이는 최종 허가 신청 시 공식 참조 자료로 활용된다. 두번째 단계는 신청서 제출로, 본격적인 허가신청 전에 FDA와의 사전 회의 및 피드백 과정을 거치며 CMC(의약품의 화학·제조·통제) 문서화 과정을 간소화한다.
미국 행정부가 행정 간소화를 통해 미국 내 제조설비 유치를 앞당기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시사 이후 존슨앤존슨(550억달러·약 76조5325억원), 아스트라제네카·로슈(각 500억달러·약 69조5750억원), 일라이릴리(270억달러·약 37조5705억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대규모 미국 내 공장 건설 투자를 발표했다. 인도의 오로빈도, 영국의 히크마 등 제네릭 기업은 물론 한국의 셀트리온도 미국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유럽산 의약품에 대해 이르면 이달 중 15%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라는 점은 FDA 프리체크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미·EU 간 무역 합의에 따라 관세가 적용될 뿐만 아니라 별도로 진행 중인 '섹션 232' 조사 결과에 따라 의약품을 국가안보 자산으로 간주해 비관세 장벽과 같은 추가 제재가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의약품 제조시설은 기존의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생산시설과 마찬가지로 '미국 내 첨단 제조시설 유치'라는 대전략에 포함되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규제와 승인 소요 시간이 길어 '탈미국' 트렌드가 강했던 제약산업이 이제는 '리쇼어링(자국 내 생산)' 정책의 핵심축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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