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부 같이 키우던 가금류 반반 나눠
"남은 한 마리 함께 먹고 헤어지라"
중국 남서부 시골의 한 부부가 이혼 소송 중에 닭 29마리를 놓고 분쟁에 휩싸였다. 이에 판사는 "각자 절반인 14마리씩 나눠 갖고 나머지는 한 마리는 '작별 식사'로 같이 먹고 헤어지라"는 명판결(?)을 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 한 마을에 사는 여성 투씨와 남편 양씨는 최근 이혼을 신청했다. 이들 부부의 주 수입원은 축산업이었으며, 양씨는 가끔 잡일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직접 지은 집 외에는 큰 자산이 없었는데, 서로 다른 마을에서 왔기 때문에 집의 소유권은 지역 규정에 따라 이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키우던 가금류였다. 부부는 닭 29마리, 거위 22마리, 오리 2마리 등 총 53마리의 새를 키웠다고 밝혔다. 다행히 거위와 오리는 짝수라 동등하게 나눠 가질 수 있었지만, 닭은 논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부부는 이 문제를 부모와 상의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자녀들 또한 개입하기를 거부했다.
결국 남은 닭 한 마리의 처분은 법정에서 다투게 됐다. 투씨는 법정에서 "나는 닭을 직접 키웠고 닭에게 정서적으로 애착을 느꼈기 때문에 한 마리 더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나 역시 동물을 돌보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판사는 두 가지 중재안을 제시했다. 남은 닭 한 마리를 같이 먹거나, 남은 닭을 한 사람이 가져가고 갖지 못한 사람에게 금전으로 보상하는 것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닭을 요리해서 함께 먹은 후 이혼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재정적으로 독립하면서도 서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기본적인 우정 관계도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은 닭고기를 '작별 식사'로 먹었다고 전해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판사의 판결에 대해 SCMP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유교 사상에 깊이 뿌리를 두고 사람, 사회, 자연의 조화를 중시하는 중국의 전통적 지혜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작별 식사'는 공자의 예(禮)개념을 구현한 것이라고도 했다. 예는 헤어진 상황에서도 존중과 균형을 기르는 의례적 예의를 뜻한다는 것이다.
판사는 "(재산 분할에서)가금류 자산을 나눌 때는 사료 비용과 성장 주기와 같은 요소를 고려해야 하며, 단순히 동물 수를 세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고 설명하면서 "닭고기를 나눠 먹는 것은 법적 규정을 지키는 동시에 농촌 관습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사연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한 누리꾼은 "판사는 공정한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진짜 피해자는 닭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마도 닭 국물을 나눠 먹은 뒤 두 사람이 화해해서 이혼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한편 중국의 이혼율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에는 360만 쌍이 넘는 부부가 이혼을 신청했는데 이는 2022년 대비 상당히 늘어난 수치다. 중국 법에 따르면 혼인 기간 중 취득한 재산은 공동 재산으로 간주하며, 양쪽 당사자 모두 동등하게 나눠가질 권리가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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