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사령관, 기자간담회 개최
"한미동맹 현대화, 달라진 안보환경 대응"
유사시 韓 대만해협 개입엔 "각 국은 자국 이익에 맞춰 행동"
"단순히 전적권 전환 완료됐다고 하기 위해 서두르는 건 적절치 않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제기되는 주한미군 감축론과 관련해 "작전·전술적 수준에서는 숫자를 논할 수 있겠으나, 전략적 수준에서는 (적의) 진화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8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진행된 국방부 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한미동맹 현대화'와 이에 따른 주한미군 역할조정에 대한 질문에 "사령관으로선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동북아서 북·中·러 위협 커져…달라진 작전환경 대응 고민해야"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동맹 현대화와 관련해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단어의 맥락을 봐야 한다. 맥락적으로 동북아시아라는 지역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면서 "우리의 이북엔 핵(核)으로 무장한 적대세력이 있고, 이와 함께 러시아의 역내 관여도 증가하고 있을뿐더러 중국 역시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동맹의 현대화란 강군을 보유한 (한미) 두 나라가 처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다른 작전환경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2015~2016년 이래로 동맹과 동맹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없는데, 이런 논의는 우리 동맹이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여전히 유효하며 진화하는 안보적 도전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함께 유지하게끔 보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동맹 현대화에 따른 주한미군 역할조정론과 관련해선 "한국, 일본, 필리핀을 삼각형으로 잇는 지역은 세계 교역량의 52%가 이동하는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상황이 해당 지역에 국한될 것이라 믿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특히나 한미상호방위조약 등 한미가 체결한 그 어느 협정·합의에도 특정 적대세력을 명명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지리적으로 가장 근접하기에 (적대세력으로) 북한을 말하고는 하나, 최근 들어선 러시아도 북한과 무기·기술을 주고받고 있기에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을뿐더러 중·러 간 밀착도 강화하고 있다"면서 "그런 만큼 우리는 특정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술·기법 및 절차(TTP)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발전시키고 그 어떤 상황에도 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해 훈련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유사시 대만해협 사태에 한국군도 개입하게 되는 것이 아니냔 우려에 대해선 "늘 그렇듯 각국은 자국의 이익에 맞는 결정을 할 것이고, 미국이 대만을 지원할 것이기에 한국도 함께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 결론지을 필요는 없다"면서 "한국에 요청된 것은 북한을 상대하는데 더 큰 역할을 하라는 것이고, (주한미군이) 다른 일도 할 수 있도록 동맹을 현대화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아울러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선 "군사적으로 한 곳에 고정된 것은 실용성이 떨어진다. 시간, 공간, 필요에 따라 전략을 재배치할 수 있는 능력이 전략적 유연성이고 이를 항시 보유하고자 한다"면서 "이런 전략적 유연성에 해당하는 일이 있을 때 동맹(한국)에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알리는 것이 우리 사령부의 책임"이라고 했다.
"주한미군, 숫자 아닌 능력 생각해야"
또 이에 수반한 주한미군 감축론에 대해선 "숫자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능력에 대해 생각한다"면서 "나는 (예컨대) 작전환경을 감시·감지·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미 육군의 다영역기동부대(MDTF) 예하 다영역효과대대(MDEB)의 배치를 생각하고 있고, 한반도에 5세대 전투기를 배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이는 새로운 능력을 들여와 어떻게 작전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달 말 예정인 한미정상회담에서 해당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질문에는 "감축이나 조정과 관련한 결정이 있을 것이나, 이는 순전히 숫자에 대한 논의는 아닐 것이며 우리의 임무를 위해 가용한 능력에 대한 논의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한반도는 이른바 제1도련선 내에 위치하고 동북아 내 모든 적대·우방 세력과 인접해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또 최근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포대를 중동으로 순환배치 한 데 대해선 "유엔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으로서는 달갑지 않았지만, 동시에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선 미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수명했다"면서 "지난 6개월간 한반도에 5세대 전투기들(스텔스 전투기 F-35)이 배치돼 그 공백을 메웠다. 패트리엇 포대가 언제 돌아온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한반도로 복귀할 땐 최신 개량 장비를 갖추고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일부 감시·정찰 자산의 퇴역과 관련해선 "일부 자산은 퇴역하지만, 이는 (새로운 자산으로) 대체될 것이고 현재는 적어도 이전과 동등한 수준의 감시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현재는 한국군과 우주 정보수집 및 감시정찰(ISR) 측면에서 우주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전작권 통제, 서둘러선 안 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선 서두를 경우 안보적 위협을 키울 수 있다는 게 브런슨 사령관의 우려다. 그는 "공동으로 합의된 조건을 기초로 한 전작권 전환계획이 있고, 이는 기 합의된 방향으로 계속 출진하면 잘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손쉬운 지름길(short cut)을 택하게 되면 한반도 내 전력의 준비 태세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어 "단순히 전작권 전환을 완료했다고 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은 한미에 이롭지 않다"면서 "다른 새로운 계획이 협상되기 전까지는 지금의 전환 조건을 이행해야 하며, 새로운 계획이 논의되더라도 역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능력을 보장하는 조건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군의 수준과 관련해선 "(미 장성이) 지휘를 맡을 수 있는 군 중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군(한국군)을 지휘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다른 지역을 둘러봐도 그 누구도 나의 파트너인 한국군만큼 유능한 파트너를 갖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올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연습에서 일부 야외기동훈련(FTX)이 9월로 순연되는 데 대해선 "안규백 국방부장관, 김명수 합참의장으로부터 폭염·수해 등으로 일부 훈련을 조정해도 괜찮겠냐는 질문을 받았다"면서 "연습을 일부 조정하긴 했으나, 준비 태세를 위한 연습은 온전히 진행할 것이다. 이번 결정 사항에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평택=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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