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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묵은 뻔한 의혹'인데 갑자기 왜?…연매출 2300억 '소림사 CEO' 체포 뒷이야기[시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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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횡령·성비위 의혹, 승적 박탈
中 국가종교사무국 인사들 대거 숙청
中 권력투쟁 휘말렸나

중국 소림사의 주지승이 최근 사찰 자금 횡령과 각종 비리 혐의로 체포되면서 중국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종교인의 비리 사건을 넘어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 구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38년간 소림사를 이끌었다가 각종 비리혐의로 승적이 박탈된 스융신(釋永信) 전 소림사 주지. 중국 웨이보

38년간 소림사를 이끌었다가 각종 비리혐의로 승적이 박탈된 스융신(釋永信) 전 소림사 주지. 중국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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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인 스융신(釋永信) 소림사 주지는 중국 허난성 불교협회장, 중국 불교협회 부회장, 전국인민대표회의 대의원까지 겸임하며 종교계를 넘어 정치권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다. 그의 사업 수완으로 소림사는 중국의 한 작은 사찰에서 연매출 2300억원 규모의 거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소림사 주지승보다는 소림사의 최고경영자(CEO)라고 불린다.

16세에 출가한 스융신은 22세의 젊은 나이에 소림사 주지 대리가 되었고, 34세에 정식 주지승이 됐다. 1987년 그가 주지 대리가 됐을 당시 소림사는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완전히 황폐화된 상태였다. 승려도 10명 남짓밖에 남지 않은 절망적 상황이었지만, 그는 미국 유학을 통해 경영대학원(MBA)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돌아와 소림사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는 소림사에 대한 적극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했다. '중국 무술의 본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 투자했다. 현재 소림사는 소림 무형자산관리회사라는 지주회사가 지배하는 16개 자회사를 거느린 대기업 집단이 되었다. 상표권만 700개 이상을 등록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매년 수백명의 승려가 소림사에 들어오지만, 이들은 사실상 무술과 연기 훈련을 받은 후 영화계, 연예계, 경찰, 사설 경호업체 등으로 전직하고 있어 소림사는 일종의 학원 역할을 하고 있다. 스융신은 막대한 소림사의 자금을 바탕으로 중앙 정계 로비와 각지 부동산 재개발 사업 투자를 통해 지방정부에서도 큰 입김을 발휘해왔다.

이번 체포가 중국 안팎에서 더 주목을 받은 이유는 스융신을 둘러싼 비리 의혹들이 이미 10년 전부터 제기돼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재 문제가 된 횡령, 성비위, 사생활 문제 등은 이미 2015년에 대대적으로 폭로된 바 있다. 당시 소림사 제자들이 인터넷에 그의 각종 부정행위를 고발했고 당국 조사까지 이뤄졌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작년에도 그의 아들을 후계자로 앉히려 한다는 소문과 함께 또 다른 폭로전이 벌어졌지만 역시 무혐의 처리로 끝났다.


각종 비리 의혹에도 스융신이 지난 38년간 소림사를 이끌며 여러 정권 변화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정치적 후원자들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장쩌민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 세력과 가까웠다고 알려져 있고, 시진핑 정권 집권 이후에도 적극적인 로비를 통해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중국의 서부대개발 정책과 일대일로 사업에서 티베트, 중앙아시아 등 불교 지역과의 교량 역할을 하며 선전 효과를 발휘해 당의 비호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당국은 그동안 제기됐던 여러 비리 혐의를 한꺼번에 적용해 그를 체포했고, 불교협회에서도 즉시 승적을 박탈했다. 중국 내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시진핑 정권 내 권력투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소림사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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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6월부터 중국의 모든 종교를 관리하는 국가종교사무국이 대대적인 부패 척결 대상이 되었다. 사무국장부터 고위급 인사 전체가 체포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관은 막대한 자금이 오가고 지방정권에도 큰 영향력을 가진 요직으로, 대부분 시진핑 주석의 측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앞서 군부 내 시진핑 측근들의 대대적 숙청에 이어 지방 행정관과 자치구 지자체장들도 많이 숙청됐고, 이제 종교계 인사들까지 숙청 대상이 되면서 시진핑 주석의 권력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공산당 고위층의 비밀회의인 베이다이허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권력 유지 여부나 후계 구도에 대한 힌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주석은 이 회의를 앞두고 한 달 넘게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10월에 예정된 제20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 차기 정권이 결정될 예정이어서 베이다이허 회의의 결과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만약 시진핑 주석이 4연임을 확정짓지 못한다면 권력교체설이나 실각설이 더욱 심각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국의 정치적 변화는 미·중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미·중 관세협상에서 중국은 강력한 버티기 전략으로 희토류 압박 카드를 활용해 미국으로부터 협상 연장안을 받아낸 상황이다. 하지만 시진핑 정권의 권력 누수가 기정사실화된다면 미국이 이를 약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오는 9월3일 중국 전승절이나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예상되는 시진핑-트럼프 정상회담이 핵심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이 4연임을 확정한 강력한 지도자로 나타날지, 아니면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상황에서 만날지에 따라 대미 관세협상과 미국의 대중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소림사 주지승의 체포라는 표면적 사건 뒤에 숨겨진 중국 권력구조의 변화는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정세 변화에 따른 동북아 정세의 유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면밀한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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