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행정명령 서명
가상자산·사모펀드 투자 가능토록
비트코인·이더리움 동반 강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국 대표 퇴직연금 계좌인 '401k'에 가상자산과 사모펀드 등을 담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동부가 퇴직연금에서 대체 자산 투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6개월 이내에 재검토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재무부 등이 관련 규정 개정 검토에 착수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번 행정명령이 대체 자산이 포함된 자산배분형 펀드를 제공할 때 발생하는 수탁자 책임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걸림돌로 여겨졌던 '수탁자의 책임'을 완화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통상 대체 자산은 고위험·고수익, 복잡한 구조, 낮은 유동성 등의 특징이 있어 수탁자들이 소송을 당할 우려가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자산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더블록은 "이번 조치는 디지털 자산을 미국 퇴직연금 정책에 편입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강력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의 퇴직연금 플랜에는 12조달러(약 1경6611조원) 이상 자산이 예치돼 있으며 이 중 401k를 통해서만 9조달러(약 1경2458조원)가 운용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그동안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상당 부분은 주식, 채권 등에 투자됐는데 투자 선택지가 다양화되고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이번 조치로 수혜가 예상되는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즉각 반응이 나왔다. 미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한국시간 기준) 오전 10시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90% 오른 11만705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한 달 전 대비로는 8.94%, 1년 전 대비로는 92.3% 오른 수치다. 다만 12만달러를 돌파하며 신고가 행진을 하던 지난달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주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이 6% 넘게 올랐고, 리플(XRP)(10.94%), 솔라나(3.90%) 등도 비슷하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도 환호했다. 전통 자산 및 대체 자산 운용사들은 퇴직연금 시장을 차세대 성장 영역으로 보고 있으며 이번 조치로 본격적인 진입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기금과 대학 기금 등 많은 기관투자가가 사모펀드 투자 한도에 직면해 운용사 입장에선 신규 자금 유입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조치와 관련해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지자들은 이번 조치가 퇴직 저축자들에게 투자 선택지를 다양화하고 수익률 증가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동시에 높은 수수료와 위험 부담이 뒤따르며 연금 관리자들이 소송 위험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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