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정 탄 이민자,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도망쳐
시민에 잡힌 밀입국자, 경찰과 시민경비대 인계
아프리카 난민의 유럽 이주 시도가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 해변에서 밀입국을 시도한 이민자들이 상륙하자 일부 피서객들이 이들을 달려가 붙잡는 일이 포착됐다. 이 같은 상황이 담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일각선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더 선 등 외신은 스페인 그라나다 지역의 카스텔 데 페로 소티요 해변 근처에는 한 쾌속정이 도착했고, 여기선 모로코 출신으로 추정되는 이주민 남성 13명이 뛰어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해변에 상륙했을 당시 카스텔 데 페로 해변은 여름휴가를 즐기던 사람들로 붐비는 중이었다. 이민자들은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를 목격한 일부 피서객들은 휴대폰으로 장면을 촬영했다. 몇몇은 직접 뛰어들어 이민자들을 붙잡기도 했다. 피서객에게 잡힌 이들은 곧 도착한 경찰과 시민경비대에 인계됐다. 현장에 있었던 한 식당 주인은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레크리에이션용 보트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물속에 물건을 던지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물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그게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피서객 행동 두고 SNS에선 '도 넘은 행동' 비판 확산
해당 장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현지 언론 101 TV 그라나다가 관련 영상을 보도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했다. 이 모습을 본 누리꾼은 "지중해를 건너 목숨 걸고 도착한 사람들에게 물 한 컵 건네기는커녕 잡으러 달려간다", "이들이 나라를 위협하기라도 하느냐", "진짜 용기는 무고한 사람을 막는 게 아니라, 가진 자들에게 맞서는 것이다" 등의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일부는 피서객들을 가리켜 "해변의 파차(facha, 극우주의자)"라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저렇게 고속정 타고 내리면 누구라도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등의 의견도 있었다.
지난 5일 호세 안토니오 몬티야 그라나다 주 정부 부대표는 "보트에 타고 있던 이민자 9명이 현재 외국인 임시보호소(CATE)에 수용돼 있으며, 추방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몬티야 부대표는 또 "올해 들어 그라나다 해안에서 이민자가 상륙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라며, 해당 지역 밀입국 시도는 드문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스페인 내 전체 해상 밀입국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1만8657명이 바닷길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2만7640명이 들어왔던 지난해에 비해 약 32% 감소한 수치다. 특히 스페인 섬 지역의 경우, 입국자는 전년 대비 무려 4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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