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들와 3분기 가격협상
중국 저가공세에 손실 늘어
포스코 작년 1000억대 적자
2023년 수준 단가 정상화 요구
조선업계 "원가부담 ↑" 난색
가격·거래구조 분기점 전망
극심한 부진에 빠진 국내 철강업계가 조선업계와 후판 가격 협상에서 t당 최대 100만원 수준의 단가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선향 물량에서 반복되는 손실을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담이 더해지면서 이번 협상은 분기마다 반복되던 통상 절차를 넘어 가격 체계와 거래 구조 변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와 올해 3분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후판은 두께 6㎜ 이상 강판으로 선박 건조에 쓰이는 주요 자재다. 철강사와 조선사는 분기별로 후판 가격을 조정해 왔으며 올해 상반기 협상에서는 t당 약 80만원 수준으로 단가가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는 이번 협상에서 조선향 후판의 구조적 적자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체 후판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선박 건조에 쓰이지만 지난해 중국산 저가 제품이 대거 유입되면서 제값을 받지 못해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조선향 비중이 업계 추산 기준 50%를 웃돌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후판 부문에서 1000억원대 적자를 냈고 현대제철도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철강사 관계자는 "조선용 후판의 적자 누적은 더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t당 90만원대 중반에서 최대 100만원 수준의 단가 회복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산 후판이 본격 유입되기 이전인 2023년 당시 가격 수준이다. 업계는 이 같은 요구가 시장 가격 질서가 무너지기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정상화'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후판 가격이 적정 가격을 되찾는 과도기에 있다"고 했다.
철강업계는 중국산 후판에 대한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가 단가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정부는 올해 중국산 저가 후판에 최대 38.0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는데, 초저가 수입 물량 급감으로 이어졌다.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지난 4월의 경우는 중국산 중후판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67% 줄기도 했다. 그 결과 중국산 후판 가격은 80만원 초중반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감산 기조가 향후 철강 수급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최근 한미 관세 합의도 조선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50% 관세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던 미국향 판매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업계는 이로 인해 적자가 누적된 조선향 후판에서라도 손실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후판 단가 인상 시 선박 건조 원가 부담이 커지는 만큼 상반기 수준인 t당 80만원 안팎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사들은 가격 동결을 목표로 협상에 임하면서 원가 절감 방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조선사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국제 시세와 연동돼 있다"며 "원가 부담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