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부분 화장시설 22일까지 마감
2년 만에 돌아온 윤달을 맞아 전국적으로 화장장 예약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화장장들이 윤달 기간 동안 하루 개장화장 건수를 늘리며 대응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8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서울추모공원, 수원시연화장 등 수도권에 소재한 대부분 화장시설의 개장유골 화장 예약은 윤달이 끝나는 오는 22일까지 완료됐다. 세종시 유일 화장시설인 세종시은하수공원도 윤달 기간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박모씨(74)는 "윤달에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부모님 묘를 개장하려 했는데 화장장이 없다"며 "예약도 온라인으로만 받아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윤달은 음력에서 1년이 양력보다 짧은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2~3년에 한 번씩 추가되는 달이다. '윤달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윤달은 망자의 기운이 미치지 않는 달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무덤을 파서 유골을 옮기는 개장을 하기 좋은 시기로 인식돼 윤달마다 화장시설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개장유골 화장 건수는 윤년이었던 2017년(9만4651건)과 2020년(10만1018건), 2023년(11만9463건)이 평년보다 월등히 많았다. 평년 개장유골 화장 건수는 2018년 5만618건, 2019년 5만777건, 2021년 5만3433건, 2022년 6만6939건 등으로 윤년에 비해 30~40%가량 적었다.
대다수 화장시설은 윤달을 맞아 하루 개장유골 화장 건수를 평소보다 늘리고 있다. 서울시립승화원 측은 윤달 이후 개장유골 화장을 기존 18건에서 38건으로 늘려 운영 중이다. 서울추모공원 관계자도 "윤달을 맞아 하루 개장유골 화장 건수를 3배 늘렸으나 수요를 따라잡긴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지방으로 원정 화장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장례지도사 최모씨(39)는 "윤달 기간 서울·경기 화장장은 한 달 전부터 예약이 마감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지방까지 가는 유족들도 있다"며 "타지에 거주하는 유족이 화장을 원할 땐 요금이 더 비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화장에 대한 인식 변화로 화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화장시설을 늘리긴 쉽지 않다.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해서다. 일례로 경기도 양주시에 화장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양주시 종합장사시설 전면 재검토' 청원 글에는 1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윤달에만 개장유골 및 화장을 집중하는 문화 자체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윤달 개장 문화는 농경사회 시절의 전통적 시간 개념에서 비롯된 믿음"이라며 "현대 사회에서는 실용성이 중요해진 만큼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윤달 외 시기에도 개장과 화장을 분산 유도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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