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글래스 기반 물류 자동화 솔루션
공공·관광 등 산업 전반에 XR 기술 확장
스마트글래스를 쓴 작업자가 물류창고에 들어선다. 눈앞에 뜬 작업 지시를 확인하고 음성 명령으로 출고 물품을 호출한다. 바코드 인식과 재고 확인, 배송 준비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된다. 지난해 딥파인이 물류센터에서 진행한 시범 사업의 실제 장면이다. 현장 근무자부터 택배 기사까지 이어지는 이 '공간 컴퓨팅' 기반 물류 자동화 기술은 휴먼 에러를 줄이고 업무 속도를 끌어올렸다.
딥파인은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을 기반으로 공간 자체를 디지털화하고 그 위에 정보를 덧입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다. 이정민 딥파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8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단순히 플랫한 환경에서만 활용하는 AI가 아닌, 실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현장과 공간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동작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물류센터에서의 시범 사업은 딥파인의 두 핵심 기술인 DAO와 DSC를 결합한 사례다. 회사는 먼저 모바일 기기로 물류창고를 촬영해 3D 공간 지도를 생성하고, 그 위에 위치 정보 기반 서비스를 얹었다. 작업자는 스마트글래스를 착용한 채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물건의 위치를 안내받고 바코드 인식과 출고 작업을 음성 명령만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 CTO는 "현장 경험이 부족한 인력일수록 자동화 기술의 체감 효과가 크다"며 "숙련도에 의존하던 업무를 디지털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에서도 유사한 기술 구조가 도입됐다. 경기도청은 딥파인의 원격 협업 기술을 활용해 시군 시설물 점검을 원격으로 수행하고 있다. 현장 공무원이 스마트글래스로 촬영한 화면을 도청 자문위원이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AI가 균열을 인식하고 도면과 체크리스트도 정리해준다. 전문가의 출장이 필요 없을 정도로 현장 정보가 상세히 전달되며 자문위원은 사무실에 앉아 수십 곳의 점검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딥파인 솔루션 도입 이후 민원 처리 속도는 3배 높아졌고 원거리 출장으로 인한 시간과 비용도 60%가량 절감됐다는 설명이다.
관광 현장에서는 공간 디지털화 기술인 DSC가 단독으로 활용되고 있다. DSC는 고가 장비 없이 모바일 디바이스만으로 3D 공간을 구축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 컴퓨팅 플랫폼이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공간을 촬영하면 클라우드에서 자동으로 3D 공간 맵이 생성된다. 이렇게 구축된 공간 위에는 증강현실(AR) 콘텐츠를 덧입힐 수 있고, 실내에서도 GPS 없이 위치 기반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대표 사례는 광주 충장축제에서 운영된 스마트 관광지도 '축집사'다. 이 CTO는 "실시간 인파 밀집도, 임시 주차장 안내 등을 지도 위에 시각화해 제공한다"며 "작년에 광주에서 처음 적용한 이후 반응이 좋아 올해에도 여러 지역 축제에 적용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했다.
딥파인은 현재 건설, 제조, 관광, 물류 등 복수 산업군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관광지도와 AI 물류 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 CTO는 "작년까지가 기술 개발, 검증, 시장 실증을 위한 시기였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매출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기술과 솔루션이 실제로 산업 현장에 안착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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