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2회 준우승, 올해의 신인 1위 질주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이후 상승세
후반기 메이저 대회 우승 신인왕 목표
국내 무대 접수 이후 LPGA 투어 진출
조용한 강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예 김시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올해 K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직 우승은 없지만, 출전한 15개 대회 중 11번이나 본선에 진출했고, 이 중 두 차례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신인상 포인트 1위(863점)에 올라 있으며, 2위 송은아(639점)와는 224점 차이다.
김시현은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반기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며 "프로가 된 뒤 좋은 경험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9세인 그는 11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 "연습장에서 만난 프로님이 선수 활동을 권유해 골프를 계속하게 됐다"며 웃어 보였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으며, 지난해에는 국가대표로 선발돼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퀸시리키트컵 아시아태평양 여자아마추어 골프팀선수권에서 우승했고, 대만 아마추어 골프선수권에서는 단체전 우승과 개인전 2위를 차지했다. 또한 드림파크배와 베어크리크배 전국아마추어 골프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프로 무대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지난해 KLPGA 점프투어(3부) 4개 대회에 출전해 세 번이나 준우승했고, 11월 정규 투어 시드순위전 본선에서 7위를 기록하며 올해 1부 투어에 합류했다. 김시현은 "큰 어려움 없이 1부 투어에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1부 투어는 녹록지 않았다. 지난 4월 시즌 초반 3개 대회에서는 한 차례 컷 탈락과 공동 53위, 공동 48위에 머물렀다. 그는 "초반에는 투어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특히 그린 스피드가 빨라서 더 정밀하게 공략하지 않으면 스코어를 줄이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5월부터 반전을 써 내려갔다. 자신의 스폰서 대회인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언더파(1언더파 215타)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어 6월에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와 메이저 대회인 DB그룹 제39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연속 준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선 제 플레이를 다 보여줬어요. 처음으로 연장전도 경험했고, 준우승도 했죠. 후반기에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김시현은 뚜렷한 약점이 없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평균타수 32위(71.25타), 드라이브 비거리 17위(246.24야드), 그린 적중률 36위(73.03%), 평균 퍼팅 41위(29.96개) 등 고른 기록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아이언 샷이 강점이다. "아이언 샷이 좋은 편이에요. 100m 정도 남았을 때는 48도 웨지를 잡는데, 이 거리에서는 자신 있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어요. 버디 찬스를 만들 확률도 높고요."
전반기 시즌이 끝난 뒤, 그는 경기도 화성의 리베라 컨트리클럽에서 훈련하며 쇼트게임과 퍼팅에 집중했다. 전반기에 대해 스스로 "10점 만점에 6점"이라고 평가했다. 김시현은 "우승 기회를 많이 만들지 못했고, 제가 만족할 만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같은 소속사 선배 정윤지다. 그는 올해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KLPGA 통산 2승을 기록했다. "정확하게 치는 플레이 스타일이 정말 좋아요. 언니가 우승하는 걸 보면서 더 좋아하게 됐고, 정말 행복해 보였어요." 해외 선수 중에는 남자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여자 세계랭킹 3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최고로 꼽았다. "매킬로이는 시원시원한 플레이가 인상적이에요.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그대로 펼치는 선수죠." 리디아 고에 대해선 "멘탈이 정말 강하고, 쇼트게임이 탁월해요. 공격할 때와 안정적으로 공략할 때를 잘 구분해서 플레이하더라고요. 코스 매니지먼트 능력도 뛰어나요."
KLPGA 투어는 7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로 후반기를 시작했다. 김시현은 "후반기에는 꼭 우승하고 싶다"며 "신인상도 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특히 어려운 코스인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하면 좋겠다. 우승했던 언니들이 모두 톱 플레이어였다"고 덧붙였다.
김시현은 국내 무대에서 입지를 다진 뒤 미국 무대 도전을 꿈꾼다. 그는 "미국에 갈 마음이 있다. 준비가 된다면 미국에서 뛰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 후배들을 잘 챙기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후반기 활약도 기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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