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0대 여학생 집단폭행 파문
'솜방망이' 처벌에 대규모 시위
시위대 강제 연행에 유혈 충돌도
"이 정도 규모의 시위는 중국에선 드물다(Protests of this scale are rare in China)."
5일(현지시간) 영국 더 가디언지는 지난 3일 중국 쓰촨성 장유시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를 보도하며 이 같이 전했다. 매체는 "중국에선 집권 공산당에 대한 반대나 사회 질서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이 신속하게 진압되기 때문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실판 '더 글로리'에 공분 확산…분노한 시민들 거리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이유는 지난달 22일 발생한 10대 집단폭행 사건 때문이다. 현지 온라인상에는 14세 여학생이 또래 3명에게 폭행당하는 영상이 확산했다. 폐건물에서 촬영된 이 영상에는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집단 구타하고 옷을 벗겨 모욕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피해 여학생은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폭행을 당했다.
영상 공개 직후 중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피해자 가족은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뚜렷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부모가 청각·언어장애인이며 가해자 가족이 지역 권력층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분노는 더욱 확산했다. 결정적으로 지난 4일 장유시 공안당국이 "피해자는 경미한 부상을 입었으며, 가해자 3명은 교정 학교로 보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새벽까지 대치…공안, 곤봉·최루액 진압
시민들의 분노는 곧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수많은 시민이 장유시 시청 인근에 집결했다고 5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전했다. 시위대의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위대는 피해자 가족을 지지하며 새벽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을 향해 마오쩌둥의 어록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외치며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엔 곧 공안이 투입됐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곤봉을 휘두르며 강제 해산에 나섰고 일부 시위자는 돼지 운반용 트럭에 태워 연행됐다. 저녁 무렵엔 특수기동복을 입은 진압 병력이 도시 주요 교차로를 봉쇄하고 최루액을 살포했으며 휴대폰 촬영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도 강제로 압수하거나 촬영을 제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관련 검색어가 곧바로 검열돼 삭제됐고 게시물도 잇따라 차단됐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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