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의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이 공개되자 증시는 출렁였고, 정치권은 곧바로 '재검토'를 외쳤다. 기류는 빠르게 변했다. 시장 반응을 의식해 정치권에서는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결국 과세의 기준을 50억원으로 되돌리거나 적어도 20억~30억원 선에서 절충할 것이란 전망을 포함해 어떻게든 변화가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이 흐름이 과연 균형 잡힌 판단의 결과인지, 숙고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세금이 무서워 연말이면 대주주들이 주식시장을 떠나 장이 흔들린다'는 주장이 쏟아졌지만, 양도소득세 인상이 실제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근거는 희박하다. 기획재정부는 양도세 개편이 주가와 직접 연결된 흐름은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7년 말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강화했을 때, 연말 코스피는 되레 상승세를 보였다. 당시 해당 기간 코스피 지수의 흐름을 살펴보니 12월 1주~1월 첫 주 0.85% 상승, 12월 2주~1월 2주 0.85% 상승, 12월 3주~1월 3주 2.28% 상승, 12월 4주~1월 4주 3.73% 상승, 12월 5주~1월 5주 5.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의 설명이 단순 방어 논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시장 불안을 무시하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감정적 반응을 곧바로 정책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그 속도는 한 번쯤 숙고해 볼 일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주식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게 나오면 이에 놀라 곧바로 반영하는 것은 일부 목소리가 과대대표 되는 악순환을 낳는 것 아닌지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 자산에 대한 과세체계는 제대로 정비되지 못해 누더기가 됐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예컨대 국내 시장이냐, 해외 시장이냐에 따라 같은 ETF가 배당소득세를 적용받는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지가 제각각이다. 증세 논의가 무서워 개편 타이밍을 매번 놓치다 보니 나타난 결과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아파트 보유세와 단순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투자자와 실거주 수요와 연결돼 '똘똘한 1채'를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투자자와의 과세체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저희가 조사해 보니 우리 국민은 평균 5.79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보유종목 모두에서 대주주 과세대상이 되려면 5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이니, 과세가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이들과 10억원 이상 아파트 한 채를 가진 투자자의 과세체계가 같아야 한다는 주장에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이유다. 이런 상황임에도 목소리 큰 여론에 떠밀려 조변석개하는 세금 정책이 아쉬울 뿐이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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