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공사 시찰 장면에서 노출
전문가 "서둘러 공사를 진행하면서 생긴 틈"
재해 예방에 힘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부실시공이 의심되는 장면이 담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위화도온실종합농장 건설장과 신의주시, 의주군의 섬지구 영구화 제방공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7일 연합뉴스는 지난 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김 위원장의 신의주·의주군 제방 공사 현장 시찰 사진에서 부실시공 흔적이 보인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김 위원장은 신의주와 의주군의 제방 공사 현장을 시찰했다. 신의주와 의주군은 1년 전 큰 물난리로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한 지역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위화도온실종합농장 건설장과 신의주시, 의주군의 섬지구 영구화 제방공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발 아래 제방에 골이 팬 듯한 모습(붉은 타원으로 표시한 부분)이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날 김 위원장은 현장 시찰에서 "이곳 주민들이 숙명처럼 여겨오던 물난리가 이제는 옛말이 됐다"며 기뻐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제방 위에 서서 현장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미소 짓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김 위원장 발아래 제방에는 골이 파여 구멍이 숭숭 뚫린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부위를 확대해 살펴보면 제방을 구성하는 블록(호안블록)의 이가 맞지 않아 일렬로 공간이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사에 속도를 내면서 날림·부실시공이 된 것으로 의심했다. 류용욱 전남대 교수(토목공학)는 "양쪽 방향에서 호안블록을 쌓다 만나는 지점에서 블록이 맞물리지 않게 된 것"이라며 "한 방향으로 공사를 진행하거나 꼼꼼한 계산을 거쳐 시공해야 했는데 서둘러 공사를 진행하느라 상당한 틈이 생긴 것 같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또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라 앞으로 보강을 하겠지만 저 부위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준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빈틈을 골재로 메웠는데도 장마철 내린 비로 유출돼 골이 팼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올해는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끝나는 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산업현장 곳곳에서 속도전을 펼치고 있으나 부실시공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재 북한은 지방발전 20×10 정책, 평양 신도시 계획, 양식사업소(양식장)와 온실농장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으로 군 병력도 대규모로 동원하고 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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