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 잇는 현수교 사업
수십년간 지연·취소돼왔으나 정부 승인 받아
나토 국방비 5% 증액 중 간접 투자로 분류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아섬을 잇는 메시나 대교 건설 사업이 정부 승인을 받아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연합뉴스는 6일(현지시간) AP·dpa 통신 등을 인용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주재한 부처 간 회의에서 남부 칼라브리아와 시칠리아를 잇는 현수교 사업이 승인됐다"고 보도했다.
마테오 살비니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서방 최대의 인프라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실제 메시나 대교는 총길이 3666m에 주탑 사이 거리가 3300m로 튀르키예에 있는 현존 세계 최장 현수교인 차나칼레 대교(2023m)의 1.5배를 넘는다. 총소요 예산은 135억유로(약 21조 8000억원)에 달한다.
메시나 대교가 개통되면 본토와 시칠리아 사이를 여객선 대신 철로와 도로로 잇는다. 준공 시 시간당 차량 최대 6000대, 하루 200편의 기차가 운행할 수 있고 현재 여객선으로 100분 걸리는 편도를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다. 정부는 예비 작업을 연내 시작하고 내년 본격적으로 착공해 오는 2032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메시나 대교 프로젝트는 수십년간 지연과 취소가 반복되며 논쟁이 이어져 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다리 건설 계획은 최소 1970년부터 구상됐고 가장 최근에 취소된 것은 2013년이었다. 막대한 비용은 물론이고 칼라브리아주가 지진 다발 지역이라는 점에서 안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주민 사이에서도 상당한 사유지가 수용되는 터라 반대 여론이 있었고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다만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립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메시나 대교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올리도록 요구하면서, 이탈리아 정부는 일종의 꼼수를 썼다. 나토는 5% 중 1.5%는 안보 인프라 등 간접 안보 비용으로 인정하는데, 메시나 대교를 나토군의 전략적 이동을 지원할 수 있는 '이중 용도' 인프라로 해석하면서 간접적인 안보 투자로 분류한 것이다.
이날 살비니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를 '이중 용도'로 분류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이는 국방부와 경제부 장관이 다룰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발표된 정부 보고서엔 "이 다리는 민간 활용도 있지만, 국가 및 국제 안보 측면에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며 이탈리아군과 나토 동맹군이 북유럽에서 지중해로 원활히 이동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앞서 이탈리아 대학 교수와 학자 600여명은 메시나 대교를 군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데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며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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