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8월 1일까지 협상을 타결하지 못해 고관세율을 적용받게 된 브라질, 인도, 캐나다, 대만 등의 상황에 우리를 대입해 보면 결론은 분명하며 나름 최선의 결과를 얻었다고 보는 게 맞다. 물론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더 낮추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트럼프는 품목별 관세 수준에 일종의 마지노선을 설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설령 우리와 일본, EU가 합동전선을 폈더라도 돌파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 큰 틀에서만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 세부적인 사항들을 살펴야 한다.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3500억 달러 투자협정의 실체다. 트럼프 관세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스티브 미란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의장은 관세를 무기로 100년 만기 무이자 국채를 동맹국에 떠넘기는 방안을 제안한 적이 있다.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이번 투자협정이 사실상 이의 변형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말대로 정상적 문명국가 수준에 맞는 내용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악은 면했지만 고율 관세가 우리 수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어느 정도 부정적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산업연구원은 이번 협상 타결의 효과로 대미수출 감소 폭이 3분의 2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전체적 영향의 결정에는 두 가지 큰 변수가 남아 있다. 하나는 아직 진행 중인 미·중 협상 결과이고 다른 하나는 관세 적용 이후의 미국 시장의 반응이다.
개인적으로 미·중 협상 결과는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트럼프 취임 이전부터 평균 20% 이상이었다. 따라서 현재 유예기간으로 30% 상호 관세를 적용 중인 상황에도 평균 세율이 55%에 달한다. 트럼프가 선거 당시 공약한 관세율이 중국 60%, 다른 국가 20%였음을 생각하면 이미 목표에 근접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아직은 미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과 중국산 제품과 직접 경쟁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미·중 협상의 결과는 미국의 대중 정책 의지를 확인하는 기회라는 점에서 우리 산업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관세가 미국 시장에 미칠 영향에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두 가지는 분명하다. 첫째는 인플레이션, 경기 위축, 또는 양자 모두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둘째는 아직 본격적인 변화의 크기를 평가하기에 이르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영향이 별로 없었지만 수출 업자의 눈치 보기와 관세를 회피하려는 선구매의 효과가 컸다. 세상이 변한 것이 확실해진 후에는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트럼프 1기 때 대중국 관세를 높였을 때는 수입업자가 이를 거의 흡수해 미국 소비자와 수출업자에게 피해는 없었다는 분석이 있다. 다만 이번처럼 광범위한 적극적인 관세 인상의 결과는 다를 수 있다.
관세 효과는 산업과 기업별로 다양하고 의외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예를 들면 대미 수출액 중 철강 비중이 10% 내외여서 50% 관세를 적용받아도 경제적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철강을 많이 쓰는 파생상품인 일반기계나 전기·전자 부문도 고율 관세를 적용받으며 비용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 기업이 많다. 정부의 신속한 리스크 평가와 적재적소 대응 능력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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