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시론]노란봉투법 10년뒤를 생각한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시론]노란봉투법 10년뒤를 생각한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2035년 9월 한국의 유수 자동차회사였던 '잘달려모터스'는 한국 사업장 철수를 선언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하청업체 노조의 잇따른 파업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2025년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100여개의 하청업체 노조들이 원청회사인 이 회사에 노사협상을 요구했다. 많은 하청업체 노조가 협상 창구를 단일화했지만, 일부 하청업체에서는 단독으로 잘달려모터스에 협상할 것을 요구했다. 잘달려모터스는 1년 내내 하청업체 노조와 노사협상을 해야 했다.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파업을 했다. 하청업체 경영진은 허수아비가 됐다. 그 사이 잘달려모터스는 노사갈등이 심각한 20여개 하청업체와 거래를 끊고 다른 하청업체와 새로 거래를 텄다. 거래가 끊긴 하청업체 직원들은 부당한 거래 단절이라며 소송을 걸었다. 법정 공방 끝에 법원은 하청업체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10년간 하청업체의 임금을 올려주느라 잘달려모터스의 가격경쟁력은 크게 떨어졌다. 관세를 앞세운 미국의 자국산업 우선주의에 막혀 효자시장이었던 미국에서는 예전처럼 차가 팔리지 않는다. 중국산 자동차는 기술혁신을 거듭해 한국은 물론 일본, 독일 자동차를 앞질렀다. 해외시장에서 설 곳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회사 주가는 폭락을 거듭했다. 잘달려모터스 경영진은 "노사갈등에 대응하느라 경영에 전념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제 한국 공장을 접고 미국 공장을 증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자 이 회사 노조와 하청업체 노조는 또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회사 경영진은 "노란봉투법이 만들어질 당시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어 결국 회사가 버텨내기 힘든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지만 당시 법안을 통과시킨 정치인들은 귀담아듣지 않았다"면서 "어떤 손실을 보더라도 한국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10년 뒤 가져올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봤다. 이런 상황이 절대 오지 않으리라고 예단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 가운데 한국GM과 르노코리아 등 외국기업은 언제든 경영환경이 나빠지면 한국에서 철수할 태세다.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급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며 법안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노란봉투법이 과거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의 유산이란 것을 많은 국민은 안다. 당시 참혹했던 쌍용차 파업 현장은 노동계의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노조 간부에 대한 가혹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못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노사정이 머리를 맞댄다면 충분히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지점이 있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고용조건까지 챙기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고용 시스템 전환 논의가 필요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 노란봉투법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기업 경쟁력 강화와 실적 개선이 필수다. 지금은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몇 번이고 듣고 또 들어야 할 때다.





조영주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yjcho@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