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속 화려함과 현실 괴리
문화적 위상에 걸맞은 사회되길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K콘텐츠는 '오징어 게임 3'도 아니고, '폭싹 속았수다'도 아니다. 바로 '케이팝 데몬헌터스'다. 이 영화는 6월 20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원작 애니메이션 영화로 기록됐고, 글로벌 넷플릭스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사운드트랙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에서 최고 2위를 기록하며, 2025년 발표된 사운드트랙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빌보드 사운드트랙 차트에서는 1위에까지 올랐다.
한국인인 시청자로서 보면, 내용은 어딘지 당혹스럽다. 한국 아이돌 남녀 그룹이 각각 세계를 구하는 용사와 인간을 잡아먹으려는 악마로 나뉘어 싸운다는 내용이다. 그 방식은 단순히 무술로 싸우는 걸 넘어서, 서로 노래와 춤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얻는 것으로 경쟁하기도 한다. 배경은 한국의 서울로 설정돼 있어서, 한강·북촌·남산타워·잠실롯데타워 등 서울의 명소들이 등장하는데 워낙 아름다운 이상향처럼 그려져 있어 '이게 내가 아는 서울이 맞나' 싶기도 하다.
수준급인 OST가 둘째치더라도, 이 영화 자체는 분명 '한국'이라는 이상을 그려냈고, 바로 그 점으로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의 열광을 얻었다. 즉, 한국에 사는 우리들 입장에서는 약간 믿을 수 없게도, 어느덧 한국은 전 세계 아이들이 꿈꾸는 동경의 장소가 되었다. 특히, K팝의 K아이돌은 전 세계 아이들이 꿈꾸는 '워너비'다. 우리 시대 동경의 대상, 꿈의 장소, 전 세계 청소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 바로 K아이돌의 세계가 된 것이다.
이는 마치 일본의 애니메이션 등을 보며 자란 세대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하나의 낭만적 장소로 보는 것과 비슷하다. 나 또한 일본 만화를 보며 자랐기에, 일본에 가면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문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나라의 문화가 세계에 전파되면, 사람들은 그 나라에 '가고' 싶어진다. 그 나라를 꿈꾸게 되고, 실제로 가서 꿈처럼 느끼게 된다. 어느덧 '서울' 역시 그런 꿈의 장소가 된 셈이다.
다만, 한국인으로서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연 우리나라가 전 세계인들이 꿈꿀 만큼 이상적인 나라로 현실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눈부신 문화 발전과 별개로,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인구소멸과 고령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유명 아이돌이 등장하는 것과 별개로, 청년들의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지방의 경우 직장 소멸로 수도권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한 수준이다.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주요 주제는 내면의 상처를 숨기지 않고 마음껏 드러내며 자유로워지고, 해방되고, 사랑하며,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는 내용이다. 10~20대의 마음을 제대로 적중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사교육 경쟁과 입시지옥에서부터 쌓아온 상처와 세상의 주인공이 되기 전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보면, 이 '핫한' 영화 이면의 한국 현실에 대한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전 세계인의 '동경의 땅'이 된 것은 반갑고도 뿌듯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가 그러한 동경에 어울릴 만한 사회가 되어 갔으면 한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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