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메일 통해 첫 입장 밝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을 받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6일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방 의장은 조속히 귀국해 당국의 조사를 받겠다며 회사 구성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방 의장은 이날 하이브 사내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컴백을 앞둔 아티스트들의 음악 작업과 회사의 미래를 위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부득이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급한 작업과 사업 미팅을 잠시 뒤로하고 조속히 귀국해 당국의 조사 절차에 우선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금융당국의 조사 당시에도 상장 당시 상황을 상세히 소명했으며 앞으로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해 다시 한번 소상히 설명하겠다"며 "이 과정을 거쳐 사실관계가 밝혀지기를 기대하며 겸허히 당국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방 의장은 "제 개인의 문제가 회사와 산업에 계속해 부담을 주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며 "하이브 창업자이자 의장으로서 최근 좋지 않은 뉴스에 회사와 제 이름이 연일 언급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구성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 산업의 선진화를 꿈꾸며 창업했고 그 과정에서 떳떳하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해왔지만 때로는 당당함이 오만함으로 비쳤을 수 있었다는 점을 겸허히 돌아본다"고 했다. 또 "성장 과정에서 놓치고 챙기지 못한 부족함과 불찰은 없었는지 다시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 의장은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발언 하나하나가 신중해야 했기에 그간 입장 표명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그로 인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지난 수개월은 개인적으로도 괴로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창작자와 구성원 아티스트들에게 혹시라도 직간접적인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미안함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개인적인 문제가 구성원의 재능과 역량 도전 정신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러분이 오직 창작과 사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지켜내는 것이 곧 저의 역할임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음악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방 의장이 입장을 밝힌 것은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이후 처음이다. 방 의장은 하이브 상장 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IPO 계획이 없다고 알린 뒤 자신과 연관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매각하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은 당시 하이브가 상장 절차의 초기 단계인 지정감사 신청 등을 진행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 의장이 이를 숨기고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넘기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하이브는 실제로 상장에 성공했고 방 의장은 사모펀드 측으로부터 매각 차익의 약 30%를 수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그가 약 19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당국은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를 압수수색했으며 이후에도 한국거래소 등 관련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서울남부지검 지휘 아래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국세청도 하이브에 대해 별도의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까지 방 의장에 대한 공식 조사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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