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발표후 시총 100조 증발
양도세 대주주기준 10억원 강화
시장충격에 與, 원점 재검토 시사
다만 여당 내부서도 의견 엇갈려
대통령실, 개정안 재검토 부정적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주식시장이 4% 가까이 급락하고 시가총액이 100조원 이상 증발하는 등 시장 충격이 확산하자 여당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면서 단순히 논란이 된 대주주 기준 완화만으로는 투자심리를 되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여당과 달리 정부는 세제개편 재검토 방안에 부정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실제 수정안이 나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6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5년도 세제개편안 정부안에 대한 후속 조치를 고려한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개편안을 발표하고 현재 정치권뿐만 아니라 투자자 등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반적으로 입법을 예고하고,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부처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회와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세법개정안의 재검토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윤석열 정부가 상향했던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이재명 정부 들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을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자본시장 불평등 해소와 과세 형평 제고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발표 직후 이달 1일 시장이 급락하자 민주당은 대주주 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억원 대주주 기준을 상향하는 안 등을 당내 코스피5000특위와 조세정상화특위를 중심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투자자 불신 해소를 위해 당정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여당 내부에서도 세제개편 재검토 방향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세수 효과도 미미한데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 세수 효과보다는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효과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지 여러 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원이 아닌 일부 조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세법 심사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며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50억원으로 복원시킬지, 30억원 수준으로 조정할지 등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주식시장 구조를 바꾸는 데 있어 하루이틀 주가 변동 폭으로만 정책을 다시 고려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이번 세제개편이 '과세 공정성 제고' 목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과거 대주주 기준이 바뀐 해에도 주가가 오르거나 내린 경우가 혼재돼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주주 기준이 강화되면 연말마다 매물이 쏟아지는 수급 왜곡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외국인 투자 유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주식 양도소득세와 관련된 대주주 기준 외에도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도입, 법인세 및 증권거래세 조정 등 항목까지 재검토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배당성향 40% 이상 기업의 배당소득에 최고 38.5% 세율로 분리과세를 허용한다는 방안에 대해 시장에선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 기업 범위가 너무 좁고 최고 세율이 너무 높다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시장에선 10억원을 대주주라고 하는 판단에 대해 반발이 심하다. 주식 규모가 커지고, 소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예전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강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정부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있었던 만큼 여당이 서둘러 입장을 정리하고 신속히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8월,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5일 만에 '중산층 과세' 논란으로 법안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설계한 전례가 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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