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광철·사무엘 윤·김기훈 합동 연주회
"저음 가수들이 들려줄 수 있는 아름다운 곡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은 4일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통상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분류되는 남성 성악가들 중 가장 높은 음을 내는 테너들이 가장 주목받는다. 수많은 오페라 작품의 주인공 역할도 테너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다.
테너가 아닌 저음 가수들의 매력을 보여주겠다며 베이스 연광철,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바리톤 김기훈이 의기투합했다. 셋은 오는 8월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4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싱 로우 앤 소프트(Sing Low & Soft)'라는 제목으로 연주회를 한다.
테너 없이 베이스와 바리톤만 출연하는 좀처럼 보기 힘든 무대다.
연광철은 "한국에서는 테너나 소프라노 가수들의 공연들은 많다"며 "이런 공연이 너무 늦게 이뤄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시도가 우리 음악계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무엘 윤은 "항상 새롭게 도전적인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데 이번 공연은 그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실력 있는 후배 성악가들에게 새로운 무대를 마련해주고 싶기 때문에 도전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셋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악가들이다.
연광철과 사무엘 윤은 유럽 무대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며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캄머쟁어(궁정 가수)' 칭호를 각각 2018년, 2022년 부여받았다. 독일어권 최고 성악가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이들보다 20년 이상 젊은 김기훈은 차세대 성악가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준우승하고 2021년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주최하는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연광철과 사무엘 윤은 유럽의 대표 오페라 축제 중 하나인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며 거의 매년 여름 만났다. 사무엘 윤과 김기훈은 2017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테아트로 레알에서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 함께 출연하고 지난 4월 서울시오페라단 '파우스트' 공연에도 팀은 달랐지만 함께 참여했다.
하지만 셋이 한무대에 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셋 다 세계적 성악가들인만큼 2~3년 정도의 공연 일정이 이미 잡혀있는데다 국내에서는 공연장을 잡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를 마련한 공연기획사 아트앤아티스트 측은 공연을 준비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연광철은 "2~3년 정도의 일정이 이미 잡혀있는 상태다. 그래서 2~3년 정도 후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2~3년 후 공연장을 대관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좋은 음악가들이 함께 공연을 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김기훈도 "한국에서는 무척 촉박하게 캐스팅 제안이 들어온다. 3개월 심지어 1개월을 남겨두고 제안이 오기도 한다. 배려해줬다고 해도 1년 정도인데 이미 공연 일정이 잡혀있는 상황에서 1년도 광징히 촉박한 시간이다. 그래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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