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 물폭탄 속 '목숨 건 배달' 화제
"직업정신 투철" vs "진짜 위험" 시끌
배달 기사 "위험한 상황에서도 취소하면 페널티" 토로
광주에 하루 동안 4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진 지난달 17일, 도로가 침수돼 물이 허리까지 차오른 상황에서도 음식 배달에 나선 한 배달 기사의 모습이 화제다. 이 기사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라면서도 "개인의 무모함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 4일 광주시에서 샐러드 가게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 A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난달 17일 오후 5시 물이 허리까지 찼는데 배달 픽업해 간 전설의 기사님을 찾는다"는 글과 함께 해당 영상을 공개했다.
허리까지 물 찼는데…침수된 도로 넘어 배달 나선 기사
이날 광주에는 하루 동안 일 강수량이 426.4㎜를 기록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7월 일 강수량으로 집계됐다. 영산강과 소태천, 광주천, 서방천 등 강과 하천의 수위가 높아졌고 2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영상에는 이날 배달 기사 B씨가 물이 허리까지 차오른 도로를 뚫고 배달 음식을 받은 후, 다시 침수된 도로를 건너 오토바이로 가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 680만회를 넘기며 큰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역시 배달의 민족" "직업정신 투철하다" "대단하다" "휘청이면서도 음식이 물에 젖을까 봐 조심하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상이 화제가 되자 B씨는 "400㎜가량의 폭우가 내린 날 전남대학교 정문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직접 댓글을 남겨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씨는 "물살이 세서 정신 못 차리면 쓸려갈 정도였고 경찰마저도 다시 건너오지 말라고 했는데 고객님께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다시 건너간 것"이라며 "당연히 할 일을 한 것 같은데 지인에게 영상을 받고선 깜짝 놀랐다. 저 무사히 살아있다"고 했다.
"안전 불감증" "무모하다" 지적도
반면 "안전불감증이다" "저 정도면 배달 취소로 바꿔야 했지 않냐?" "무모하다" "정말 위험하다" 등 안전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에 손님의 주문을 수락한 A씨와 배달에 나선 B씨 모두 해명을 내놨다. A씨는 "영상에 보이는 장소에서는 두 차례 침수가 있었다. 영상은 두 번째 침수 당시 모습이다. 첫 침수가 지나고 나서 한차례 물이 빠진 상태였고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것 같아 배달 영업을 재개했다"며 "젖은 몸을 정비하려고 잠시 자리를 비운 약 20~30분 사이 첫 번째보다 훨씬 많은 양의 빗물이 다시 밀려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장 전체 팀원들과 1층에 들어오는 물을 막는 동시에 기존 주문 건들 취소와 홀에 계신 손님들 응대를 동시에 하며 우왕좌왕하던 그때, 물이 차오르기 전 주문이 들어왔던 배달 건 관련해 기사님이 건너편에 도착해 있었다. 저도 놀라 2층으로 뛰어 올라가 메뉴를 들고 내려왔다"고 부연했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취소하면 페널티…구조적 문제 봐달라"
B씨도 "폭우 직후 해당 도로는 물에 잠겼었다. 이후 물이 빠지고 청소까지 진행되는 걸 직접 보고 나서 도로가 정상화된 줄 알고 픽업 콜을 수락했다"며 "하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갑자기 다시 도로가 물에 잠기고 이미 통행이 막힌 상태였다. 멀리서 콜을 잡고 온 상황에서 배달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지건 개인의 무모함이 아니라 플랫폼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위험한 상황에서도 콜이 배정되고 취소 시 페널티가 부과되는 시스템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행동이 목숨 걸 만큼의 대가가 아닌 건 저도 그렇고 라이더들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며 "라이더들의 현실을 함께 돌아봐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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