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이 된 광고는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 이글'이 지난달 공개한 청바지 광고 시리즈로 내용은 이렇다. 청바지를 입은 시드니 스위니(Sydney Sweeney·28)가 "'진스(genes)'는 부모에게 물려받는다. 때로는 머리색, 눈동자, 색, 성격까지 결정한다. 내 '진스'는 파란색"이라고 말한다. 이후 내레이터가 등장해 "시드니 스위니는 멋진 청바지(jeans)를 입고 있다"고 덧붙인다.
다른 편의 광고에서는 "시드니 스위니는 훌륭한 유전자(genes)를 가졌다"는 문구가 쓰인 청바지 광고 포스터에 스위니가 다가가 '유전자' 단어를 지우고 청바지(jeans)를 적어 넣는 장면이 나온다.
둘 다 '진스'라는 발음을 가진 유전자와 청바지를 활용한 언어유희로, 스위니가 좋은 유전자(청바지)를 가졌고, 그녀의 유전자는 파란색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스위니가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백인이라는 점에서 인종 우월주의가 담겨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파란 눈의 백인 배우를 내세워 인종주의를 조장하는 광고"라며 우생학을 연상케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는 '나치 선전'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AP통신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우생학에 대한 암시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우생학은 특정 유전 형질에 따라 인간을 선별해 개량하려는 이론이다.
마커스 콜린스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광고에 다양한 인종의 모델이 나와서 '유전자'에 대한 말장난을 했다면 비난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무지했거나 게을렀거나 아니면 의도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CNN은 작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에게 "나쁜 유전자들"이라고 한 발언을 떠오르게 한다고 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지원 사격하며 논란에 불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화당원인 시드니 스위니의 청바지 광고가 지금 완전 화제네요. 청바지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답니다. 잘했어, 시드니!"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응원과 함께 "멍청한 워크(woke·깨어 있음미국 흑인들이 20세기부터 사용한 단어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인종적, 사회적 불의를 흑인들이 인식한다는 의미였다고. 2014년 미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경찰이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사살한 사건 이후 ‘워크’라는 용어는 미국 흑인 커뮤니티 밖에서도 더 자주 사용되기 시작. 이후 이 단어가 인종문제, 사회운동, 이후 젠더·소수자문제까지 확장해 일상적으로 인용·보도되고, 2020년대 들어 모든 진보주의 운동·정책·기업광고·공공담론에서 ‘각성’을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광고를 했던 재규어는 총체적 재앙이었다. 재규어는 버드라이트 광고에서 교훈을 얻었어야 했다. 그들은 '워크 광고'로 전례 없는 시장 점유율 파괴를 겪었다. '워크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봐라. 그녀는 더 이상 핫하지 않다. '워크'는 루저들의 것, 공화당원이 되는 것이 바로 여러분이 원하는 길"이라는 글을 함께 올렸다.
스위니의 광고가 화제가 되자 미국 국방부도 이 광고를 패러디한 장관 사진을 올렸다. 미 국방부 엑스(X·옛 트위터)에는 청바지를 입고 비행기에서 내려오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사진과 함께 "국방 장관은 좋은 청바지를 가졌다"는 글을 올렸다.
J.D. 밴스 부통령도 스위니 청바지 광고에 대한 비판에 일침을 놨다. 밴스는 지난 1일 한 포드캐스트에 출연해 "평범한 아름다운 미국 소녀가 청바지 광고를 하는 것인데 그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스위니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나치'라고 계속 말하라"라며 이번 논란을 정치 쟁점화하는 반대 진영을 비판했다.

과거 세계 최대 맥주업체인 앤하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 산하의 버드라이트가 트랜스젠더 마케팅 논란으로 불매운동에 휘말렸다. 버드라이트를 홍보한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 /버드라이트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이렇듯 보수층에선 이번 논란이 PC주의정치적 올바름. 인종, 성별, 장애, 종교, 직업 등에 관한 편견이나 차별이 섞인 언어 또는 정책을 지양하려는 신념, 혹은 그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회 운동.에서 비롯한 과잉반응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특히 스위니가 공화당원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스위니를 보호하자는 분위기가 커졌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스위니는 플로리다주에 공화당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메긴 켈리 전 폭스뉴스 진행자는 엑스에서 "좌파의 과잉반응으로 오히려 아름다운 금발 여성에게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스티븐 청 공보국장은 지난달 29일 엑스에서 "청바지 광고에서 '백인 우월주의'를 읽어낸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멍청한 일인지 보여준다"며 "이런 터무니없는 공격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마가 인사들도 합세해 기름을 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대놓고 스위니를 지지하자 아메리칸 이글 주가는 전날 대비 23.65% 폭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00년 이후 최대폭 상승"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이 문제의 광고로 미국을 논쟁의 한가운데로 몰아넣은 아메리칸 이글을 최종 승자로 보고 있다. 아메리칸 이글은 지난 2~4월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5% 감소하며 부진에 시달렸지만 스위니를 모델로 발표한 후 주가가 4% 이상 상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