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편중된 경제관료 재산 구조
주식 연동 연금제도로 책임 유도를
"국민이 주주인 주식회사 대한민국", 구윤철 신임 경제부총리의 슬로건이다.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경제관료는 국민이라는 주주의 뜻에 따라 국가 경제를 경영하는 대리인, 즉 '사원'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로 오랜만에 '업의 본질'을 제대로 설정하고 일을 시작하는 경제수장의 모습을 보며 신선한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며칠 전 기재부에서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 중 배당소득 분리과세 내용을 보고는 경악했다. 이제는 좀 달라지나 했던 기대가 싸늘하게 식었다. 이번 안은 한마디로 앞으로도 배당소득세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여 기업의 배당 성향을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보아야 한다. 대주주가 배당을 증가시킬 유인이 거의 없다. 여전히 대주주 입장에서는 기업의 이익금을 배당하지 않고 유보하다 다음에 기업을 매각하거나 기업의 가치보다 훨씬 낮게 '코리아디스카운트'된 시장가로 상속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이 소식으로 인해 최근 수많은 배당주 또는 배당기대주 등의 큰 폭 하락이 있었고 또다시 국민들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겉으로는 '코스피 5000 국정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는 토씨를 달았지만 실제로는 국정 목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고의로 그런 것이든 능력 부족으로 그런 것이든 문제는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아무리 부동산 가격 억제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가 강해도 정작 국토부나 기재부 실무담당자들이 설계한 정책안들이 포장된 겉모습과 달리 속 내용물은 부동산 부양책으로 돌변했던 악몽이 떠올랐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고 자본시장에 돈이 흘러가게 하려는 '어공'들의 정책들이 번번이 '늘공'들의 부실한 실행안으로 무산되는 이유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부동산에 편중된 그들의 재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금융 선진국들과 대한민국 경제관료들의 재산내역 차이를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왜 그토록 '부동산 공화국'이 되어 버렸고 왜 이토록 '금융 후진국'이 되어버렸는지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윤리법'에 근거하여 모든 고위 행정관료들이 보유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데 이들 재산 중 부동산은 20~30%에 그치고 대부분이 주식, 펀드 중심의 금융자산에 투자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더해 미국 연방 공무원들의 퇴직연금은 2024년 기준 70% 이상이 주식에 투자되고 있는 TSP(Thrift Savings Plan)라는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영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금융 강국도 연금제도에 주식투자를 유도하는 제도를 두고 있어 경제관료들의 주식보유비중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 강국들은 의도적으로 경제정책 설계자가 본인들의 자산관리를 통해 금융시장의 이해당사자가 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이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 제도를 두어 회사의 발전이 이에 기여한 임직원들의 부의 증가에 직결되도록 하는 이치와 같다.
이제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모든 이들이 대한민국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금융 강국들처럼 우리 경제관료들도 연금의 상당 비중이 대한민국 주식 펀드에 자동 배분되는 구조로 전환함으로써 이들과 자본시장 간 이해관계를 연결해야 한다. 그들의 노력과 능력에 대한 보상이 대한민국 경제발전과 연동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국민이 주주인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진심으로 일하는 '사원'이 되지 않을까?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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