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수술대 오르나
'로또 청약'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 지목
과도한 시세차익이 부정청약·공급 마비 부작용 낳아
"개발이익 환수" 방침도 천명
채권입찰제 도입 또는 분양가율 상향 등 대안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로또 분양'을 정조준하면서, 그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분양가 상한제(분상제)'가 전면적인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최근 공개된 국무회의(6월19일 개최) 회의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로또 분양은 분양가 상한 제한으로 시세와 큰 차이가 발생해 주변 집값을 폭등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과도한 시세차익, 부정청약, 공급 위축 등 다양한 부작용을 만들고 있는 분상제가 손질된다면 분양시장의 대대적인 지형변화가 예상된다.
과도한 시세차익이 낳은 '불법 청약'과 '공급 위축'…제도적 한계 봉착
분상제는 1977년 주택 가격 안정을 목표로 도입된 이래 시장 상황에 따라 폐지와 부활을 거듭해왔다. 현재 서울 강남·서초·송파구(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 내 민간택지와 공공택지개발지구에 적용되고 있다. 택지비와 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억누르는 구조는 '당첨만 되면 수십억 원'이라는 인위적인 시세차익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가격 왜곡은 시장을 비정상적인 과열로 이끌었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집계한 올해 분상제 적용단지의 1순위 청약 경쟁률(4일 기준)은 18.7대 1로,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은 단지의 평균 경쟁률(4.0대 1)보다 4배 이상 높았다. 래미안 원페를라(평균 151.6대 1), 고덕강일 대성베르힐(97.4대 1)이 대표적이다.
분상제 시세차익을 노린 불법 청약자들도 속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6곳에서 적발된 부정청약 166건 중 165건이 위장전입이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당첨이 불가능해지자 가점을 높이기 위해 불법을 일삼는 시도가 만연한 것이다.
동시에 분상제는 공급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원자재값 급등으로 공사비는 치솟는데 분양가는 묶여 있어 사업성을 잃은 건설사들은 공급을 포기하기도 한다. 사전청약까지 마친 파주 운정3지구 사업의 시행사가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토지를 반납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李 대통령 '개발이익 환수' 방향 '명확'
이 대통령은 이러한 총체적 문제를 해결할 근본 해법으로 '개발이익 환수'를 명확히 제시했다. 국무회의에서 그는 "공공 영역에서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환수하는 방법을 찾으면 시장이 이렇게 난리 나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세차익을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의 개발이익 환수 구상에 부합하는 유력한 대안으로 '채권입찰제'가 주목된다. 채권입찰제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시세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청약자에게 차익의 일부에 해당하는 규모의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2006년 성남 판교신도시와 2007년 고양시 일산2지구 '휴먼시아'에 적용된 적이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건설사가 개발이익을 다 가져가는 것도, 개인이 로또 당첨처럼 시세차익을 다 가져가는 것도 둘 다 문제가 있다"며 "채권입찰제를 통해 개발이익을 일부 환수해 그 돈을 주거복지 비용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분상제의 분양가율을 높이자는 의견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과도한 차익이 수분양자에게 몰리지 않게 하면서 공급자의 분양성도 높여주려면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비율을 현행 60~80%에서 그 이상으로 높여주는 방안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방법은 공급 확대에 동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로또 청약으로 인한 과도한 경쟁과 시장 쏠림 현상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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